우리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봐~

고정은, 이다은, 최승호

발행일 2011.02.14. 00:00

수정일 2011.02.14. 00:00

조회 2,334

‘뿌우웅~’ 마이크 너머로 민망한 소리가 새어나오자 무대 앞에 자리 잡고 앉아 꼼지락거리던 아이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뿌우우웅~’ 또 다시 방귀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한다. “거기, 오른쪽 앞에 있는 꼬맹이, 여기서 방귀를 뀌면 어떡해~” 공연 시작 전 어수선하던 분위기를 단번에 휘어잡으며 사회를 맡은 개그맨 심현섭씨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120석 남짓한 자리는 꽉 찬지 오래.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공연장 뒤쪽에 자리를 잡고 섰다. 드디어 ‘한마음 콘서트’가 시작됐다.

‘한마음 콘서트’의 탄생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 공식 트위터(@seoulmania)에서는 지난 12월 13일부터 1월 24일까지 ‘소원을 말해봐’캠페인이 진행됐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접수된 소망은 117건. 그 중 3건의 소망이 38: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첫 번째 소망은 ‘크리스마스 캐럴 부르며 노숙인 돕기’라는 주제로 지난 12월 24일 명동에서, 두 번째 소망은 지난 1월 15일 ‘한파로 어려워하는 전통시장 돕기’라는 주제로 수유시장에서 이미 실현 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 번째 소망이 바로 2월 12일 문래예술공장에서 ‘한마음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것이다.

세 번째 소원을 제시한 사람은 트위터리안 이호선(@hoseon84)씨다. 그는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해 신인 가수로서 자신의 재능 기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출연진을 섭외하기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UCC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이씨는 처음에는 UCC의 주인공인 시민들이 섭외를 거부할까봐 노심초사 했다. 하지만 콘서트의 취지를 들은 시민들은 단 한 팀도 거절하지 않고 모두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다. 사회를 맡은 심현섭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결혼 이민자들,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은 ‘개그맨 심현섭’을 잘 알지 못하지만,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서 잘 알아듣지는 못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자신들의 모국어인 중국어를, 베트남어를 어설프게 따라하는 사회자를 보며 모두들 크게 웃으며 하나가 되어갔다. 소망 제안자 겸 신인가수인 이호선씨의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시민참여자들인 매닉, 반체리의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시민참여자들의 노래 공연이 끝난 후 통기타 공연과 댄스 공연이 이어졌다. ‘루지아’의 조그만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이화여대 댄스 동아리 'Action'의 파워풀한 무대는 국경을 뛰어 넘어 모든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뒤이어 등장한 마술사 조민관씨는 마술에서 빠질 수 없는 ‘미녀’를 관중들 사이에서 찾아 내 같이 마술 공연을 하는 등 콘서트에 재미를 더했다. 그 열기를 이어 받아 등장한 트로트 가수 ‘트마킹’과 백지혜씨는 신명나는 트로트 메들리를 부르며 콘서트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팀은 서울시 소방공무원들의 밴드 동아리 119 밴드인 '119 Two Inch'였다. "평소에는 불을 끄지만 오늘은 여러분의 가슴 속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이들은 짬짬이 연습을 해 다양한 곳에서 재능기부를 해왔다고 한다. 밴드의 보컬인 채종호씨는 젊은 시절 막일을 할 때 만났던 중국인 동포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콘서트에 참가한 팀들 중 유일하게 앙코르 공연까지 한 Two Inch는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의 사람들을 무시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극소수의 ‘나쁜 사람들’일 뿐”이라며 “우리같은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의 대부분이니 이제는 한국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든 참가자들의 무대가 끝난 후 출연진들이 다 같이 모여 ‘마법의 성’을 부르며 콘서트를 마무리 했다.

‘한마음 콘서트’ 제안한 가수 이호선 인터뷰

기부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돈이나 물건 등을 내놓아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했다면, 요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사랑을 나누는 이른바 '재능기부' 가 전 사회적으로 활성화 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번에 열린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마음 콘서트' 도 행사 기획부터 출연까지 지발적인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져서 더 큰 의미가 있는데,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하고자 하는 트위터리안 이호선씨가 시 대표 트위터의 소원을 말해봐 캠페인에 의견을 보내 3차 실현안건으로 선정되면서 성사된 것.

노래, 댄스, 마술, 락밴드, 트로트메들리 등 2시간의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준비된 이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번 행사를 직접 제안한 트위터리안(@hoseon84) 이호선씨를 직접 만나보았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반인인 줄 알았는데 가수이셨군요.
▲2009년 여름부터 UCC로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이 이호선이잖아요. 그래서 지하철 2호선에서 깜짝 거리공연을 하기도 하며 활동하다가 작년 11월에 앨범을 내고 드디어 가수가 됐습니다. 하지만 방송출연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저도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없지요.(웃음)

- 이번에 콘서트를 직접 제안하셨잖아요. 계기가 있으신가요?
▲지난해에 영화 <방가방가>를 보는데 영화 속에서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서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울었어요. 저도 노래하는 사람인데, 이런 공연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작년 11월에 제 앨범이 나왔는데, 사실은 그때 이런 공연을 하려고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저 혼자 하긴 좀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소원을 말해봐’ 라는 캠페인에 제 사연이 채택이 되었어요.

- 평소에 기부는 어느정도 하세요?
▲제가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거든요. 아직은 경제적인 기부보다는 이번처럼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로 제 재능을 기부 하고 있어요.

-이 행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제안 외에 기획과 섭외도 했습니다. 섭외는 요즘에는 음악하시는 분들이 수시로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시기 때문에 그런분들을 찾아보고 연락을 드려서 섭외했습니다. 이화여대 댄스동아리 친구들도요.

- 이번 행사 준비하시면서 따로 에피소드가 있나요?
▲솔직히 설연휴 때문에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었는데, 섭외하는 과정에서 단 한 명도 거절하지않았어요. 다들 자발적으로 준비를 너무 잘해주셔서 어려운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 기부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 못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주위에서 ‘기부 기부’ 하잖아요. 하지만 거창하게 기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노래도 좋고 그림도 좋고, 글쓰기도 좋고, 얼마든지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요.

-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나요?
▲오늘 봐서 아시겠지만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도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잖아요. 모두 같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모습이나, 인터뷰 내내 필자가 본 이호선씨는 예의바르고, 밝은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의 재능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따뜻한 마음씨가 이웃들에게 전달되어 더욱에 훈훈한 시간이 되었지 않았나 싶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