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 있다
발행일 2011.01.05. 00:00
지하철 개통기념 무료승차권, 피맛골 가게의 생활재, 1960년대 편지, 식당거래장부, 문 닫은 극장의 간판, 용산구 보광동 큰무당의 신당 자료... 도대체 뭘까? 잡동사니? 아니면 고물? 물론 이것들을 흘려버리거나 후대에 남기고 전하지 않는다면 고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분명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과거를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바로 이 유물들을 수집해 서울의 뿌리와 과거 서울 사람의 생활, 현대 서울로의 변화 등을 보여주는 곳이다.
올 겨울, 서울에 눈이 가장 많이 내렸던 지난 연말에 설경으로 더욱 고즈넉해 보이는 경희궁을 찾았다. 푹푹 빠지는 눈밭을 지나 서울역사박물관 후문으로 들어갔더니, 예측과는 달리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박물관 로비가 북적거렸다.
근현대생활사 자료를 수집하는 오문선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한양인 서울뿐 아니라 1950~1960년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 뒤섞여 압축 성장을 이뤄냈을 때의 모습도 서울의 중요 이력이다. 먼 과거 뿐 아니라 가까운 과의 모습을 보여주고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유산의 가치가 매우 크다. 미래유산이란, 현재는 유물이나 자료로서 크게 평가받을 수 없지만 지금 수집해 놓는다면 당대의 생활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미래의 소중한 자료라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라고 설명했다.
보통사람들은 지식 부족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남길만한 물건을 폐기처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봤을 때는 그저 버려도 될 것 같은 잡동사니들이니 말이다. 특히 생활양식의 변화로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 자체가 아주 드물어져 남겨야할 물건들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사실 서울의 유산 수집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데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정성들여 수집의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겉으로는 물건을 수집하지만, 실제는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란다. 오 연구원은 한 사례를 들어주었다.
“2007년 용산구 보광동에 대한 기록조사를 하면서 그곳의 어르신들과 많이 가까워졌다. 2010년 그 마을에 사셨던 큰무당 장남옥 씨가 돌아가시면서, 마을 어르신들이 장남옥 씨의 신당에 있던 무구(巫具)를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해 주셨다. 오랫동안 이루어진 어르신들과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유물기증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근현대 서울유산에 대한 수집과 기증에 대한 내용이 더 알려진다면, 용산구 보광동과 같은 좋은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역사박물관에는 서울시청 본청 청사 이전과 용산구청 이전 시 관련 자료, 재개발로 사라진 피맛골 일대 청일집, 대림집 등에서 수집한 맷돌, 공중전화기, 식당 그릇, 냉면기계, 간판, 서울 성장 관련 자료, 녹음된 서울 말씨나 노래, 소설이나 그림, 음악과 같은 예술유산 등 서민들의 추억이 담긴 물품부터, 공공기관의 자료, 예술품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보관돼 있다. 만일 유물 기증에 관심 있다면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02-724-0162)로 문의하면 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경희궁 내에 1993년 '서울특별시립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착공하여 1997년 준공하였는데, 2001년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 2002년 5월 21일 다시 개관했다. 3층 규모로 전시실과 시청각실, 강당, 휴게실, 뮤지엄숍, 물품보관소, 카페테리아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3층에는 옛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생활, 문화 등을 주제로 나눠 저시한 공간이 있다. 분관으로는 청계천문화관, 몽촌역사관, 동대문역사관이 있는데 지난 여름에는 여름방학 가족프로그램으로 ‘도심속 바캉스 영화제’, ‘쿨썸머 영화제’, ‘뚱딴지 매직쇼’ 등을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 역사문화체험도 이곳 본관과 각 분관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에는 청계천문화관에서는 ‘청계서당 프로그램’을, 몽촌역사관에서는 겨울방학 꿈마을 체험교실 ‘지도로 찾아가는 옛서울’, 동대문역사관에서는 ‘동대문 주변 서울 성곽 둘러보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 연구관은 “관심 있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즐기시다 보면 공부도 하게 되고, 안목도 깊어진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음악, 미술, 사진, 영화, 체험전까지 다양한 장르의 문화행사를 연중 실시하고 있고,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박물관을 내집처럼 드나들면서 유물들과 만나고 숨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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