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땅으로 부른 그릇
admin
발행일 2010.06.25. 00:00
도자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우리의 도자기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청자, 백자, 그리고 분청사기가 있다. 청자는 우아함과 화려함, 백자는 순백과 절제의 미학이 돋보인다면, 분청사기는 단연 역동성과 자유분방함이 특징. 우리나라 고미술을 대표하는, 보물처럼 소중한 분청사기에 관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곳이 있어 다녀왔다. 바로 호림미술관의 '분청사기 제기' 전시다. 분청사기 제기는 국가제사인 길례에 사용된 그릇으로 '세종실록 오례'(1454년)와 '국조오례의서례'(1474년)에 수록된 제기도설을 규범으로 엄격하게 만들어졌다. 청자에 백토로 분을 발라 구워 만든 분청사기 제기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는 세, 자라병, 매병, 호, 병, 장군을 전시한다. 분청사기 제기에 대한 상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제기는 총 120여 점. 그 중 ‘보’는 땅이 네모나다는 전통적인 우주관을 반영하여 4각형으로 만들었다. ‘궤’는 하늘을 상징하여 원형으로 만들었다. 사각형 보와 함께 중앙에 놓이는 제기다. ‘향로’는 제사 때 향을 사르는 제기로 향을 피워 하늘에 있는 혼을 모셔오는 역할을 하였다. ‘향합’은 향로와 함께 짝을 이루는 제기로 향을 담아 놓았다. ‘이’는 제관이 제례의식에서 손을 씻을 때 물을 따르는 그릇으로 씻은 물을 받는 관반과 짝을 이룬다. 그런가 하면 ‘관반’은 제관이 손을 씻는 물을 받는 제기로 물을 따르는 ‘이’와 짝을 이룬다. ‘세’는 제관들이 행례 전에 손을 씻는 제기. ‘착준’은 입이 넓고 목은 길며 굽은 납작한 항아리로 양이 내려와 땅에 부착된 것을 형상화하였다. ‘호준’은 입이 넓고 목이 길며 굽이 높은 항아리로 음이 만물을 빙둘러 감싼 것을 형상화 하였다. 이름이 유사해보이는 세 가지도 전시를 보고 나면 구별할 수 있다. 바로 ‘산준’과 '희준'과 '상준'. 입이 넓고 목이 길며 굽이 높은 항아리가 '산준', 봄과 여름 제사 때 ‘명수’와 ‘예제’를 담았던 제기가 '희준'. 봄과 여름 제사 때 ‘명수’와 ‘앙재’를 담았던 제기가 '상준'이다. '상준'은 작은 제상 맨 앞에 놓이는 제기로 술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호림미술관 신사분관은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위치했지만, 조상 전례 유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빗살무늬토기와 같은 사무동, 연꽃을 형상화한 박물관, 그리고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하고 있다. 기자가 찾았을 때는 이 조용하고 고고한 공간은 분청사기에 매료되어 사색에 빠진 관람객들과 잘 어우려져 있었다. 더구나 이곳의 도자기 컬렉션의 양과 질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우리 도자기의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여 소개한 것으로 특히 조선 초기(15세기) 도자 제기 연구에 획기적인 제시를 한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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