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왕궁에서 대장금을 만나다

admin

발행일 2010.05.03. 00:00

수정일 2010.05.03. 00:00

조회 1,721

서울 생활 20년 만에 길을 더듬어 처음으로 경희궁 숭정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궁뮤지컬 [대장금]을 감상하게 됐다. 2009년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게다가 2009 대한민국 국회대상을 휩쓴 작품이라니 기대가 컸다.

'대장금' 이야기는 이미 TV 드라마를 통해 국내외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만큼 모르는 이가 없을 터이지만, 뮤지컬을 통해 새롭게 축약된 줄거리는 이렇다. 장금은 어린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죽이게 될 거라는 업을 갖고 태어난다. 그 업을 푸는 길은 "사람을 살리고 살려라"라는 말뿐. 예언대로 부모를 잃은 장금은 궁으로 들어가 수랏간 생각시가 되지만, 미천한 출신으로 힘든 궁 생활을 하게 된다. 거기서 운명의 연인 민정호를 만나지만, 사랑 또한 쉽지 않다.

민정호는 조광조와 함께 이상국가를 향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던 중종의 측근이었고, 연산군을 폐위시키고 바로 그 중종을 19세에 왕으로 세웠던 오겸호가 시시때때로 온갖 술수와 간계를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 민정호는 정치적 역경을 맞게 되고, 장금이도 정치의 물살에 휩쓸려 급기야 대역 죄인이 된다. 자신을 어미처럼 아꼈던 한상궁이 그 죄를 스스로 뒤집어 쓰고 죽음을 맞자 비탄에 빠진 장금.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련은 장금을 천하 명의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만든다.

100분이라는 공연을 지켜보는 동안 각 배역들의 주옥같은 뮤지컬과 고전과 현대음악, 타악, 랩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음악을 맘껏 맛볼 수 있었다. 특히 군무단의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 순간에는 그 음정과 몸짓들이 얼마나 우렁차고 활기찼는지 '숭정전이 아니었으면 정말 공연할 수 없는 뮤지컬이 될 뻔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숭정전과 회랑, 지붕 등 자연무대를 그대로 활용하여 실내 극장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폭넓은 동선을 보여준다. 때아닌 추위로 주최측에서 배부한 담요를 뒤집어쓰고 떨면서 보긴 했지만, 밤하늘 아래 펼쳐진 고궁에서의 [대장금] 시즌 3 공연은 숭정전이 주는 무대의 사실감과 배우와 관객이 교류하고 공감하는 최고의 순간을 선사했다.

이번 뮤지컬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출연자들의 무대의상이었다. 갖가지 직업과 신분에 맞는 디자인이면서 그것이 결코 예스럽지 않고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의상은, 배우들이 배역을 끝내고 그대로 시내로 튀어나와 거리를 활보하여도 멋진 디자인이었다. 고궁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인 만큼 의상과 말투, 그리고 음악들이 상당히 예스럽고 장엄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기 좋게 빗나가게 만들었다고나 해야 할까.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최근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우리 문화를 이질감없이 알리는 데 더 없이 좋을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밤공기가 쌀쌀한 가운데도 입김을 불어대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시민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앵글에 담는 순간, 고궁의 조명이 그 얼굴을 더욱 고혹적으로 빛나게 했다.

돌아오는 길에 무리지어 나오는 여대생 관람객들과 나란히 걸으면서 공연을 지켜 본 소감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너무 너무 멋지고 좋았어요." "정말 생동감이 넘쳤어요. 목소리도 청아하고 낭랑한 뮤지컬 음악들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몰라요" 하며 자신들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표현했다. 어떤 학생은 "처음에는 고궁에서 대장금을 공연한다고 했을 때 조금은 부정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숭정전은 우리가 소중히 지키고 아껴야 할 문화재잖아요.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얼마나 잘 어울렸던지, 마치 대장금 공연을 위해 우리의 선조들이 건축해 낸 궁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일어났어요. 뮤지컬을 지켜보기 전 저의 염려는 그냥 기우라는 생각이 될 만큼,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민드라마이자 한류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대장금], 그 드라마를 모티브로 해서인지 고궁뮤지컬 [대장금 - 시즌 3]는 어느새 국민 모두에게 더욱 가까워질 뮤지컬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가져본다. 가정의 달 5월에 우리 고궁의 멋스러운 밤풍경도 감상하고 세련되면서도 품격 있는 고궁뮤지컬 한 편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온 가족이 밤 나들이도 하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고궁 예술을 찾아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공연정보

- 공연일시 : 2010년 5월 1일 ~ 5월 23일 (우천시 순연)
- 공연장소 : 경희궁 숭정전
- 공연시간 : 저녁 8시(5월 10일, 17일 공연 없음)
- 티켓가격 : R석 40,000원 , S석 30,000원, A석 20,000원 , 하이서울석 10,000원
- 관람등급 : 만 7세 이상 관람가(초등학생 이상)
- 공연시간 : 100분(인터미션 없음)
- CAST : 리사, 다나(천상지희), 이태원, 박상진, 홍경수, 김태훈, 임철형 외
- 제작 : ㈜피엠씨프러덕션, ㈜문화방송
- 문의 : 다산콜센터 02)120 , MBC콜센터 02)368-1515

시민기자/서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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