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의 낭만 나들이
admin
발행일 2010.02.18. 00:00
“신청은 인터넷으로만 받습니다. 입장번호표 배부는 오후 4시~6시 30분까지 선착순. 인터넷 당첨자와 초대권 소지자에 한해 오후 4시부터 오신 순서대로 배부합니다. 번호표를 배부 받으신 뒤, 저녁식사 등 자유 시간을 갖고 오후 6시 30분까지 다시 모이셔서 번호표 순서대로 줄을 서시면 됩니다. (중략) 뒷자리의 번호표를 받거나 앞자리의 번호표를 받고도 늦게 오시는 경우에는 계단에 앉아서 방청하실 수도 있습니다. (중략)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고, 원활한 녹화 진행을 위해 만 18세 이하는 입장을 금합니다." 뭐가 이리도 복잡할까? 모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7080 콘서트의 공지사항이다. 기자는 그 자리에 앉아 무대와 방청석이 함께 하는 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지 못하고, 도대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7080 음악회의 문화 콘텐츠는 과연 뭘까,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7080’ 세대라 하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라 할 수 있다. 당시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등에서 인기 있었던 곡이나 유행가들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 세상 사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하는 7080 전용 프로의 매력, 아니 마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기자는 무엇보다도 ‘7080’이라는 숫자를 내세워 그 세대 사람들로 하여금 확실한 주인공이 되게 하는 점이라는 것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70년대 초만 해도 노래방이 없었기에 7080들은 대부분 가사를 정확히 알고 노랫말을 음미하며 불렀다. 때문에 그 정취뿐만 아니라 사연들까지도 떠올리며 감정이입이 충분히 돼, 분위기가 더욱 감성적이고 낭만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에 점잖고 말이 없었던 일부 일행들도 박수만 치는 게 아니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깨를 들썩거리고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르며, 마치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집안에 앉아 시청을 할 때는 방송의 성공적 방영을 위해 만반의 준비와 기술적· 인위적인 것들이 사전에 다 동원돼 만들어지겠지, 하는 선입관과 편견도 사실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의 분위기는 결코 억지가 아니라, 날이라도 샐 것 같은 무르익을 대로 충분히 농익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무대였다. 이것을 여가문화에 서툴고 굶주린 세대에게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적어도 기자가 목격했던 모습만큼은 그런 잣대로 들이댈 수 없는 참으로 순수하고 열정적인 멋진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녹화가 끝나고 늦은 시각, 여전히 차가운 겨울비가 내려 그 많은 인파가 후다닥 어디론가로 달려들 가고 있어서 따라 달렸더니, 9호선 샛강역이었다. 샛강역은 마치 방금 끝난 녹화현장의 그 7080들을 위해 마련된 전용 역처럼 방청석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예전에는 방송국에 가기 위해서 꽤나 복잡한 교통 때문에 헤매기도 했었는데 9호선 개통으로 한결 가까워지고 편리해진 것 같았다. 동네로 돌아온 일행들은 다시 호프집으로 향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운 그들의 뒷풀이가 더 흥미진진하고, 솔직하고, 스스럼 없었다. 유명한 연사나 성공한 주인공으로 텔레비전에 출연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무대를 빛내주는 방청석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고 괜찮았다. 가수 임희숙 씨가 <진정 난 몰랐네>를 불렀을 때의 방청석 분위기는 마치 모두가 그 노랫말의 사연을 안고 살아온 것처럼 한마음 한몸이 되어 그 저녁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토록 사랑하던 그 사람/잃어버리고/타오르는 내 마음만/흐느껴 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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