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콘서트 열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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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01.28. 00:00

수정일 2010.01.28. 00:00

조회 2,633



시민기자 김영옥




저녁시간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주부들에게 문화예술 공연장은 여전히 멀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불황이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문화비이고 보면,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도 시간적 제약과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요즘 지역사회의 대형 공연장들이 괜찮은 클래식 공연을 오전 시간대에 마련해 편리함과 실속을 제공하고 있으니, 주부들이 반가워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브런치 콘서트, 오전 음악 감상회, 모닝 콘서트, 모닝 연극 등 다양한 시도들이 서울의 문화가를 바꾸고 있다.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서울열린극장 창동의 브런치 콘서트도 그 중 하나다. 브런치(brunch)란 영어 단어 브렉퍼스트(breakfast: 아침)와 런치(lunch: 점심)의 합성어로, 브런치 콘서트란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킨 뒤인 오전 11시쯤 주부들을 위해 여는 공연에서 연주 시작 1시간 전 관람객들에게 커피와 빵 등 브런치를 나눠 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린극장 창동에서 2008년 봄과 가을 1회씩 ‘금난새와 함께 하는 브런치 콘서트’를 처음 열기 시작했을 당시 관객들이 호응을 보이자, 2009년인 지난해엔 1월을 포함, 홀수 달 마지막 주 목요일로 브런치 콘서트 횟수를 6회로 늘렸다.

브런치 콘서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멀리 시내까지 나가지 않고서도 인근 주민들에게 대형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공연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에스트로 금난새 씨가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연주로 풀어내 감상의 포인트를 짚어주면서 '클래식 음악은 어렵지 않은 것’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지난해 이곳의 브런치 콘서트를 관람한 관객들은 짧지만 삶을 풍요롭게 한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음을 이구동성으로 말할 정도다. 주부 마니아들도 생겨났다. 분주한 하루의 시작을 잠시 뒤로 하고 혼자 혹은 삼삼오오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음악 감상으로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열린극장 창동은 홀수달 마지막주 화요일 11시에 ‘금난새와 함께 하는 브런치 콘서트’를 연다.

지난 1월 26일 오전 11시, 천막극장인 열린극장 창동 공연장에는 880여 좌석을 가득 메울 만큼의 관객들로 붐볐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주부들이 유난히 많은 까닭은 한 달에 한번씩 마련되는 클래식 감상의 호사를 아이들에게도 맛보게 해 주려는 때문이었다. 오늘의 콘서트 프로그램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3곡으로 짜여 있었다. 그 첫 곡으로 귀여운 느낌의 자유로운 기악 모음곡인 3악장의 ‘디베르티멘토’가 해설자의 표현대로 "첫 곡으로는 적당한 길이"로 명랑하고 활기차게 연주되었다.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전에 해설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라며 각 악기별로 간단한 곡의 느낌을 들려줌으로써 악장별로 곳곳에 어떤 아름다운 음악이 숨어 있고 어떤 느낌이 드는가를 짚어주었다.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 속에서 새로운 표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며 청중들에게 곡에 맞는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연주가 시작되면 미동 없이 음악을 듣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가볍게 몸을 흔들며 심취한 청중들도 많았다.

고급스럽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모차르트 음악을 위트 있는 해설로 무장해제시켜 친숙하게 만든 금난새와 함께 하는 브런치 콘서트. 경인년 첫 브런치 콘서트는 열렬한 커튼콜 속에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끝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며 마쳤다. 한 시간 반의 아름다운 음악여행을 마친 많은 청중들은 벌써부터 3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 11시를 기다리며 공연장을 나섰다. 관람료는 전석 15,000원이지만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할인팁을 잘 이용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며칠 전에는 2004년에 설립된 최첨단 이동식 천막극장인 열린극장 창동이 대중음악공연장 1,500석, 뮤지컬공연장 700석, 어린이공연장 300석 규모의 한층 업그레이드 된 공연시설로 변모해 2013년에 개관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연시설 비중이 서울시에서 최하위인 문화소외지역 서울 동북부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뉴스는 낭보였다. 브런치 콘서트의 지속과 함께 열린극장 창동이 창동복합공연장으로 거듭나 새로운 명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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