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져 있던 옛이야기가 드러나다
admin
발행일 2009.11.02. 00:00
개발로 사라지는 서울의 역사, 박물관이 다시 살린다 은평은 북한산 서쪽 자락에 안겨 있는 지역이다. 조선시대에는 개경에서 한양으로 들어서는 경계였고, 도성과 서북 지방을 잇는 서북대로의 출발점이자 길목이었다. 능행길을 떠나는 임금, 중국을 오가는 사신들, 도성을 드나드는 일반 백성들이 끊임없이 이 길을 오고 갔다. 이토록 역사의 많은 발자국들이 새겨진 은평에서 발굴된 다양한 성과를 토대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 서울 사람들의 상장례 풍속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은평 발굴, 그 특별한 이야기’ 전을 11월 3일 개막한다. 은평뉴타운지역 발굴조사는 지금까지 서울지역에서 이루어진 최대 규모의 발굴조사이다. 한강문화재연구원ㆍ중앙문화재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올 7월까지 조사되어, 5,000기에 달하는 조선시대~근대 무덤과, 통일신라시대 가마터, ‘청담사靑潭寺’ 명銘기와 출토 건물지 등이 조사 되었다. 출토유물은 분청사기어문매병, 백자명기세트, 동전(朝鮮通寶), 동경, 유리제 구슬, 귀걸이 등 8,000여점이 있다. 전시는 크게 5개의 마당으로 구성하였다.<첫째, 옛 은평을 향하다>에서는 은평의 역사와 이곳에 무덤이 많은 이유를 보여주고, <둘째, 옛 서울사람을 만나다>에서는 발굴조사 결과 이말산에 남아 있는 비석을 통해 무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인골을 통해 당시 서울사람들이 앓았던 질병을 추적해 보았다. <셋째, 예법과 풍습을 돌아보다>에서는 한 서울사람의 죽음에서 매장까지의 과정을 추적해 보고, 발굴된 유물을 통해 조선시대 상장례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며, <넷째, 발굴현장을 찾다>에서는 지금까지 발굴성과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유물과 모형을 전시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그 밖의 유적들>에서는 무덤 이외에 발굴된 절터, 가마터 등을 전시하였다.
조선시대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도성으로부터 10리[城底十里]에는 무덤을 못 쓰도록 하는 금장禁葬ㆍ금송禁松 규정이 있었는데, 오늘날의 개발제한구역 같은 것이었다. 그 범위는 다소 변화되었지만 조선 후기까지 이어졌다. 진관내ㆍ외동은 이 금장지역禁葬地域의 바로 바깥에 위치하고 있고, 무악재와 박석고개 등에 의해 격리되어 있어 조선전기부터 매장지로서 각광받았다.
은평뉴타운 발굴은 조사 당시 법의학자가 직접 발굴에 참여한 최초의 발굴조사로 의미가 있다. 무덤에서는 많은 인골들이 출토되어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사적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인골을 분석 결과 질병을 앓은 흔적들이 많이 확인되었는데, 뼈의 염증, 척추이분증, 머리뼈 골종양, 골절, 골다공증, 척추후만증(굽은 허리), 퇴행성관절염 등 여러 사례가 있다.
2지구 C공구 385호에서는 굿에 사용된 대신칼과 방울이 출토되어 무덤 주인이 무당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방울은 소리를 내어 신령을 불러들이거나 쫒아내는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고, 대신칼은 망자를 하늘로 이끄는 굿에서 쓰이며, 무당의 조상으로 알려진 바리공주가 지녔던 무구라고 전한다.
2지구 C공구 Ⅲ-2지구 378호 무덤의 바닥에는 움푹 파인 구덩이[腰坑] 안에서 달걀이 담긴 분청사기항아리가 발굴되었다. 달걀은 생명 자체의 무한한 동력과 발전을 상징하는데, 죽은 자의 식량이라는 현실적 생활 관념도 찾아볼 수 있다. 달걀이 부장된 예는 신라 천마총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11월 3일 15시에 개막식이 있을 예정이며, 일반관람은 11월 4일부터 시작된다. 관람시간은 평일은 09시~21시, 토ㆍ일요일은 10시~18시까지이며, 관람료는 19세~64세까지는 700원, 그 외에는 무료이다. 이번 전시는 12월 13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 서울역사박물관 ☎ 02)724-0114 하이서울뉴스 / 박혜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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