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과 홍대앞에서 만나는 서울 디자인의 현주소
admin
발행일 2009.10.20. 00:00
서울디자인스팟 - Hello! 가로수길 그림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빈티지' 카페와 맛집, 그리고 갤러리들. 조금은 오래되고 바래져서 낡아보이면서도 멋스럽고 아기자기한 가게들 사이에서 보물찾기하는 기분을 느끼는 곳, 신사동 가로수길. 2~3년 전, 자신만의 색채와 주장이 분명하고 재기발랄한 감각을 지닌 신예 디자이너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차츰 그 명성에 기대 새롭게 둥지를 틀려는 예술가들의 이주 행렬이 이어져 어느덧 가로수길은 서울에서 가장 예술적 감각이 넘치는 거리가 되었다. 얼핏 보면 카페와 맛집들 때문에 먹자골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가로수길은 패션의 거리이자 다양한 취향을 지닌 마니아들이 색다른 취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개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그림과 아이디어를 찾고 싶은 이라면 아트북 전문서점 '아트앤드림’이나 북카페 ‘페이지532’ 등에서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채광 좋은 유리창 안쪽 컬러풀한 상품들이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이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브런치카페 '세컨 팩토리'와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장난감전문점 '마이 페이보릿', 세계 각국의 양초들을 만날 수 있는 '베리진', 최고의 애견숍으로 떠오르고 있는 '피오나숍' 등 가로수길에서는 다른 곳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사간동, 청담동 등의 엄격한 갤러리들과는 달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친숙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예화랑', '갤러리 홍' 등의 가로수길 갤러리들도 더 이상 실험적 예술이 몇몇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현재 이 곳에서는 혼잡하지 않던 시절부터 함께 해온 가로수길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패션, 쥬얼리, 인테리어, 영화포스터, 생활용품 그리고 책 디자인까지 가로수길과 뒷골목에 보석같이 숨겨진 디자이너들의 작업실 열 군데를 직접 돌아보며 디자인 산책을 감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와 함께 지금 '아트앤드림'의 지하갤러리에서는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 '서울디자인스팟' 행사의 일환으로 가로수길에 작업실을 둔 가로수길 디자이너 20명의 앱솔루트 보드카 관련 ‘가로수길 디자이너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으며, 25일까지의 전시기간 동안 주말마다 가로수길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디자인 벼룩시장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2009년 가을 ‘서울디자인스팟 - Hello, 가로수길'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면, 방문하기 전 마음에서 비워둬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백화점 스타일의 세련된 고객서비스와 편리한 주차다. 가로수길에서만큼은 친절한 서비스 대신 우리가 무심코 놓치고 지나쳐버리는 것들의 가치를 찾아내는 예사롭지 않은 안목을 지닌 예술가들의 조금은 촌스럽지만 소신있는 발언에 귀기울여볼 일이다. 처음에는 세련되지 못한 서비스에 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작위적이지 않은 진정성에 빙그레 미소지을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길의 낭만을 음미하고 싶은 이들에게 또 하나 요구되는 사항은 '오너 드라이버' 대신 잠시 뚜벅이가 되어보라는 것이다. 좁은 2차선 도로 사이를 이리저리 파고들어 주차하는 발레파킹의 묘기에도 불구하고 양쪽 거리를 점거한 자동차들의 클랙션과 고함소리는 가로수길의 아늑함을 망가뜨리는 흉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길들여진 거추장스러운 문명의 치장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가로수길의 낭만을 즐길 우리의 자세이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세련된 인공미, 한적한 산책과 발레파킹, 오래된 것에 대한 아련함과 최신 유행에의 욕망, 실험정신과 대중적 소통까지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가로수길은 이제 서울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들러볼 만한 랜드마크이자, '메트로폴리탄 서울'이 지향할 실험적 공간이 되었다. 뉴욕에는 소호 거리, 파리에는 마레가, 그리고 서울에는 가로수길이 있다.
서울디자인스팟 - 언더 홍대앞 '서울디자인스팟'이 열리는 또 다른 장소인 한국 인디문화의 메카 홍대앞.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젊은 문화의 선봉장이던 홍대앞은 음악, 미술, 퍼포먼스 등 시대를 앞서가는 우리 청년문화의 상징 공간인 동시에, 온갖 트렌디한 소비문화들이 공존하는 거대한 쇼케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마음이 젊고 끼가 넘치는 사람들의 문화가 만나 새로운 개성을 창출하던 홍대앞은 이제 그 독특한 개성을 좋아하던 이들마저도 즐기기 힘든 곳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모드룩의 남자와 초미니스커트의 여자 /울고, 싸우고, 토하고, 집에 가기 싫다고 소리치는 / 펑크 소녀의 달콤한 과일 향과 / 업고, 두드리고, 맞고, 달래는 / 힙합 소년의 휴고 보스 향수 냄새”라는 함성호 시인의 시 <홍대 앞 금요일>의 한 구절처럼 요즘 홍대앞의 풍경은 소비성향이 짙은 '클러버'들의 술마시고 노는 향락적 파티, 럭셔리한 와인바 등으로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주류, 인디, 컬트 문화를 상징하던 홍대앞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에 실망하여 나만의 분위기를 찾으려 변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로 인해 오히려 '홍대앞'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소비문화공간으로 변질되어버린 홍대앞의 상업화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또다른 ‘홍대앞’을 꿈꾸는 엑소더스가 홍대앞의 외곽 주택가들을 새로운 문화특구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즘 전혀 홍대스럽지 않은 홍대앞이 실망스러웠다거나 더 넓은 영역에서 진정한 ‘홍대스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홍대 외곽으로까지 시야를 넓혀볼 일이다. 상수동의 타이포그라피 전시카페 'ㅎ', 그림책 상상, 합정동 벼레별씨 골목안 커피집, 그리고 미술관 연희동 프로젝트 등 예술가들의 활동영역이 비단 서교동만이 아닌 상수동, 합정동, 망원동, 성산동, 연남동, 동교동 등 한적한 주택가로 확장되어, 문화 생산자와 수요자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지들로 새롭게 생성되어가는 ‘홍대앞’은 그래서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홍대앞에서는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일환으로 각 분야의 전문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인디컬처리즘'을 표방하는 젊은 독립디자이너들의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 제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디자인장터'가 열리고 있다. 또 인디 디자인 샵과 홍대앞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50곳을 선정하여 소개하며 문화 생성자인 ‘작업실’을 경험하는 '오픈스튜디오'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흥미진진한 볼거리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갤러리 활용프로그램 등도 마련되니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홍대앞 문화운동에 동참해 볼 일이다.
시민기자/안혜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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