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되는 문에서 시간을 되돌리다

admin

발행일 2009.08.04. 00:00

수정일 2009.08.04. 00:00

조회 2,760

서울의 600년 세월을 한 자리에서 관람하며 묘한 감회에 젖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광화문 연가 : 시계를 되돌리다'란 주제로 오는 9월 20일까지 기획전시를 연다. 전시는 광화문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전시장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광화문에 서서 역사의 시간들을 되돌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광화문의 지층'이라는 공간이 보인다. 광화문 광장 공사 중에 발굴된 역사지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8미터에 이르는 서울의 굴곡을 통해서 서울의 역사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현재의 우리는 그 지층의 아주 얇은 껍질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 무덤 같은 공간을 벗어나면, 서울의 옛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조선 개국과 함께 건설된 도시의 모습이 광화문을 중심으로 주작대로와 육조거리의 옛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육조거리는 광화문에서 황토마루(지금의 광화문 네거리)까지 길이 600m, 너비 17m의 대로로 조선의 위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육조거리라고 불린 이유는 도로 좌우에 의정부, 육조, 한성부 등 주요 관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옛 집들과 청계천이 그대로 있어 마치 600여 년 전의 도시를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주변 벽면에는 하나의 시간의 끈이 연결돼 있었는데, 1392 조선왕조 건국, 1394 조선 한양으로 천도함, 1395 광화문 육조거리 조성 등으로 광화문의 역사에 시간을 하나의 띠 모양으로 연결해 기점마다 설명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광화문의 역사가 하나의 시간 띠를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다음 공간은 일제시대의 세종로라고 이름이 바뀐 광화문 공간이다. 당시 광화문은 청계천의 일부가 덮히고, 그 위에 전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이보다도 눈에 띄는 건 조선왕궁의 바로 앞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들어섰다는 것과 광화문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일제는 조선총독부를 짓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광화문과 왕궁벽까지 모두 허물었던 것이다. 당시의 관광책자에는 광화문을 허물고 지은 자신들의 건축물을 당당하게 자랑하고 있기도 했다.

다음에는 반목과 전쟁으로 얼룩진 광화문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자료와 영상자료를 통해서 좌우이념 대립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미군정이 선포되고, 남한단독정부가 수립되는 모습이 펼쳐진다. 전쟁이 일어난 광화문에는 사람들의 울부짖음 뿐이다. 사진 속의 광화문은 말없이 역사의 풍랑도 묵묵히 이겨내는 것 같았으나, 어쩌면 소리내 울 줄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어 70-80년대 군사정권이 지배했던 시절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당시의 다양한 사료들과 사진자료들을 통해서 당시의 모습을 되살렸다. 군사혁명 1주년 산업박람회의 포스터, 예술문화인들의 안식처가 됐던 사직골 대머리집 등이 그렇다. 이밖에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거리들을 그림과 사진들을 통해서 복원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전시회는 광화문은 누구의 것인지 우리들에게 묻는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고, 촛불시위로 수만의 인파가 집결했던 모습들을 보여준다. 시위를 통해서 성숙해 가는 서울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어지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탄생을 예고한다.

이번 서울역사박물관의 '광화문 연가' 전시회는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의 변화를 통해서 서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전시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600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전시회를 관람하고 근처에 광화문광장으로 떠나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전시는 7월 30일부터 오는 9월 20일까지 열리며, 평일 오전 9시~ 오후 9시,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매월 넷째 일요일은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이번 여름 아이들과 가까이 떠날 곳을 찾고 있다면, 빛이 되는 문, 광화문의 시간과 문화 속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문의
서울역사박물관(http://www.museum.seoul.kr/), 120다산콜센터

입장료
어른 - 700원
군경 - 300원
어린이, 청소년 - 무료

찾아가는 방법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7번 출구), 서대문역(4번 출구)
간선버스(파랑) 160, 161, 260, 270, 271, 273, 370, 470, 471, 600, 601, 602, 702, 703, 704, 720, 721
지선버스(노랑) 7019, 7023
광역버스(빨강) 631, 1002, 9602, 9701, 9709, 9710

시민기자/김정상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