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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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7.29. 00:00
시민기자 선하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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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위치한 노을 공원은 쓰레기 매립지를 골프장으로 조성했다가 2008년에 공원으로 탈바꿈한 친환경 쉼터다. 또한 이곳을 뉴욕의 유명한 조각공원인 스톰킹아트센터에 버금가는 국내의 대표적 조각공원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으로 국내 예술가들의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드디어 7월 26일 ‘노을 조각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노을 조각 공원’의 개장 기념행사를 위해 일일 운행되던 셔틀버스를 타고 공원에 다다랐다. 공원에 도착하니 ‘와!’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오게 만드는 녹색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과연 어느 대도시에 이런 대자연의 풍광이 함께 할 수 있을까. 북한산이나 인왕산, 남산과 같은 큼지막한 산들이 자리하고 있어 유난히 맑은 공기를 마실 기회가 많다고 여겨지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그런데 하늘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서 푸른 잔디를 밟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니, 마음이 즐거워졌다. 마침 공원에 오기 전 시험을 치른 뒤라 몸이 잔뜩 긴장돼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풍겨 나오는 풋풋한 흙내음을 맡자 몸의 긴장도 봄바람에 눈 녹듯 사르르 풀렸다.
녹색 들판과 뭉게구름의 하늘, 그리고 저 멀리 도심 풍경을 배경으로 한 채 서 있는 조각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었다. ‘재생: 인간과 자연의 재발견’이란 의미를 지닌 이 작품들은 잔디밭 위로 드문드문 서서 바람을 맞는 사람들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 깎이고 잘리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기까지엔 얼마나 수많은 아픔과 힘듦이 있었을까. 하지만 작품들은 자연의 한가운데 선 순간 의미있는 하나의 존재로 재탄생했다. 마치 그 모습이 세상사에 거칠어진 사람들이 푸른 바람으로 자신을 달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숙연해졌다.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발견하는 데에 인색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부 산책길을 따라 걷으니, 잔디밭 한구석에서 엉덩이를 내민 채 엎드려 있는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함께 나온 가족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타이머를 조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아빠, 빨리 와!’ 재촉하고, 아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카메라 위치잡기에 애를 먹으면서도 ‘조금만 기다려.’ 라며 방긋 웃음을 보냈다.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 멀리 이어진 산책길로는 노부부가 다정히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차마 수줍어 서로 두 손을 잡지는 못했어도, 할머니가 무거울까봐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가방을 슬그머니 뺏어 들었다. 그렇게 모두가 소소하지만 기쁜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후에 내 아이와 함께 이 공원에 다시 올 그날을 위해 절대 잊지 않도록 몇 가지 팁을 소개해야겠다. 자연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초등학생 이후로 근 10년 만에 동요를 불러보려는데 도저히 가사가 기억나지 않았다. 결국 음만 열심히 흥얼거리며 잔디밭 위에 누워보았다. 친구와 다음번에는 동요를 외워서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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