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벽화거리가 거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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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6.18. 00:00
시민기자 장경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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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문래역에 내렸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난감하다. 몇 개월 전에 서울 문래동이란 곳에 벽화가 있다는 정보를 접했었다. 머릿속으로 장소를 기억해뒀다. 시간이 되면 찾아가리라.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런데 난감하다. 인근지도를 뚫어져라 살펴보고, 상가 점원에게 물어보고, 순찰 돌던 경찰에게도 물어보지만 시원스런 대답이 없다. 아주 먼 곳에 홀로 뚝 떨어진 것처럼, 기웃기웃거려 본다. 그러다 120다산콜센터 안내전화가 생각났다. 안내원에게 위치를 알 수 있냐고 물었다. 몇 분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안내원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고 있지만 마땅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그 곳은 창작촌이라 불리며, 문래동 사거리 방향이라고만 검색된다고. 못 찾으면 동네 구경하는 셈 치자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대책 없이 찾아온 내 탓이다.
일단 문래동 사거리를 향해 가면서 동네 구경을 한다. 지하철 근처에는 문래 공원이 있다. 그 안에 커다란 물레가 자리 잡고 있어, 이 곳이 왜 문래동인지 말해준다. 대체로 서울 지하철 인근이 번화가인 것에 비하면, 이 곳은 한적한 주택가다. 근처에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고, 야채도매시장과 쇼핑몰이 있어 다른 동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철공소가 많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네를 돌다보니 동사무소가 보였다. 안에 들어가 창작촌에 대해 물었다. 직원은 가본 적은 없다며, A4 용지에 약도를 그려준다. 그 때, ‘문래역 7번 출구방향입니다’란 문자가 들어왔다. 120번 안내원이 보낸 안내 문자였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동안, 안내원도 인터넷 세상에서 나와 함께 길을 찾고 있었다니. 전화기 너머 안내원이 궁금해진다. 안내원과 동사무소 직원이 알려준 방향은 일치했다. 철공소들이 즐비했던 그 곳이다. 되돌아가 찬찬히 살펴봤다. 설마 이 곳에 벽화가? 있긴 있다! 허름한 식당 간판 위에, 쟁반을 머리에 얹고 배달가는 아주머니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셔터 문에 그려진 난해한 그림도 발견했다. 그 중 몇 개는 지워져 흔적들만 남아 있었다. 벽화에 대한 상상이 현실을 앞질러 갔나보다. 철공소 문을 닫는 밤이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으려나. 서울은 생각보다 넓다. 거의 30년을 살았지만 미지의 장소가 아직도 많다. 나는 오늘 그 중 한 곳,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문래동이란 동네를 다녀왔다. 지하철 역명으로 알게 된 이래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비록 형형색색의 벽화는 부족했지만, 지하철 안내 음성으로만 존재하던 문래동의 실체를 보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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