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고궁 속 원앙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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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3.13. 00:00

수정일 2009.03.13. 00:00

조회 2,446



시민기자 이승철




원앙은 기러기목 오리과 텃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11월에 천연기념물 327호로 지정된 귀한 새가 바로 원앙새다. 그런데 원앙새는 다른 오리과 철새들과는 달리 큰 무리가 떼를 짓는 것은 매우 드물고 4~6마리 정도의 소규모 집단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 귀하신 몸인 원앙들이 대도시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 집단을 이루며 겨울을 나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초봄인 요즘에도 200~300여 마리의 원앙들이 떼를 지어 머물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창경궁 춘당지다. 엊그제 쌀쌀한 날씨 속에 찾은 창경궁 춘당지에는 예의 원앙새들이 집단을 이루어 쉬고 있었다. 창경궁 식물원 온실로 가는 길에 바라본 춘당지는 전과 달리 매우 조용한 모습이었다. 전에 많이 보였던 원앙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하고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다가 원앙들을 발견한 곳은 연못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이었다.

수백 마리나 되어 보이는 원앙들은 물 가운데 있는 섬에 올라 나뭇가지와 덤불 속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속에는 단 한 마리의 원앙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러나 온실에 다녀오는 길에서 바라본 춘당지는 그야말로 원앙들의 놀이터였다. 섬 물가에 나와 앉아 있는 원앙들은 몇 마리 되지 않았다. 원앙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수백 마리가 섬 주변 연못물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매우 신나는 모습이었다.

원앙들은 다른 새와는 달리 암수 한 쌍이 평생을 같이 살며 다정한 모습이어서 예부터 사람들도 다정한 부부를 원앙 같다고 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바라본 춘당지의 원앙들은 그렇지 못했다. 먹이를 다툴 때는 크고 힘이 센 수컷 원앙들이 암컷을 사정없이 부리로 쪼며 몰아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앙들도 다른 새 종류와 같이 수컷이 몸집도 크고 빛깔도 고왔다. 암컷은 갈색 바탕에 회색 얼룩이 있으며 복부는 백색을 띠고 눈 둘레는 흰색이 뚜렷하지만 결코 고운 빛깔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컷 원앙은 몸집도 암컷보다 크고 여러 가지 색깔의 늘어진 댕기와 흰색 눈 둘레가 인상적이었다. 턱에서 목 옆면에 이르는 오렌지색 깃털과 붉은 갈색의 목 아래 가슴 털, 그리고 노란 옆구리와 선명한 오렌지색의 부채꼴 날개깃털은 여간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거참, 그 녀석들 다정한 부부를 원앙 같다더니 먹이를 서로 먹겠다고 다투는 걸 보니 말짱 헛말이었네, 그려” 원앙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던 노인이 하는 말이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대부분 어디론가 날아가고 터줏대감 30여 마리만 남는다는 원앙들, 그러나 도심 한복판 고궁 연못에서 겨울을 난 수많은 원앙들이 장관을 이루는 요즘의 창경궁 춘당지는 원앙들이 안심하고 머물다 가는 원앙들의 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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