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간 58세 코끼리 ‘자이언트’

admin

발행일 2009.03.11. 00:00

수정일 2009.03.11. 00:00

조회 1,874

55년 태국서 수입 … 국내 동물원 최장수 동물

지난 8일 오후 3시경, 코끼리 ‘자이언트’가 눈을 감았다. 몇날 며칠 곁을 지키던 담당 사육사가 축 늘어진 코끼리의 코를 쓰다듬었다. 올해로 쉰여덟살. 유난히 눈동자가 선해 보이던 아시아코끼리였다.

‘자이언트’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1955년, 삼성물산 고 이병철회장이 동물원 재건을 위해 데려온 것이 인연이 됐다. 당시 3살이었던 자이언트는 창경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다른 코끼리와 달리 주변의 접근을 일체 허락하지 않았다. 까칠한 성격 탓인지 89년 당시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오던 암컷 코끼리 '태순이'를 웅덩이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후 ‘자이언트’는 짝을 짓지 못한 채 혼자 살았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서 ‘자이언트’는 쇠약한 모습을 보였다. 올 초부터는 걷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다. 전담사육사와 수의사들은 곁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통증을 호소할 때면 과일 속에 진통제와 항생제를 100알씩 넣어주고, 온열찜질 효과를 낼 수 있는 팬히터를 설치해 아픔을 달래 주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이언트’의 숨은 더욱 가빠졌다. 발톱주변 조직에 생긴 염증과 노령에 의한 퇴행성관절염은 ‘자이언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식사량도 줄어 마지막 식사는 애처로울 정도였다. 2월 초엔 100㎏(건초 70~80㎏ 과일야채 20㎏)이나 되는 사료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지만, 2월 중순부터는 건초와 과일, 야채를 모두 합쳐 40~50㎏을 먹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사육사들은 ‘자이언트’가 쓰러질 것을 대비해 코끼리의 몸통을 들어 세우는 장치인 호이스트(hoist)를 설치했다. 또, 외부 방사장에서 서지 못할 것을 대비해 대형크레인 회사를 섭외했다. 그리고 8일 ‘자이언트’는 동물원 식구들이 모인 가운데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

동물위령비 옆에 추모비 세우기로

‘자이언트’는 떠났지만 ‘자이언트’가 남긴 기록도 적지 않다. 우선 덩치가 큰 만큼 먹는 양도 많았다. 일일평균 82.2㎏, 이를 평생 기간으로 계산해 보면 174만 174㎏의 먹이량을 섭취한 셈이다.

사료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서 1일 7,855원, 누적수치로는 12억 3천400만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설량도 평생 2천328만 7천㎏(1일 8회 100㎏), 이는 2.5톤 트럭9,315대 분량에 해당한다.

한편, 서울대공원은 아시아코끼리 ‘자이언트’가 떠난 것을 기려 동물원 내 동물위령비 옆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했다.

동물원 측은 “‘자이언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산 최장수 동물이었던 만큼 그 예우를 지켜주고 싶다.”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이언트’가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이서울뉴스/조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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