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김장

admin

발행일 2008.11.26. 00:00

수정일 2008.11.26. 00:00

조회 1,780



시민기자 이혁진




지금 각 가정은 김장철이다. 세태가 변해 김장김치를 사먹는 사람이 있지만 사먹는 김치가 감히 담가 먹는 김치에 비하랴. 스스로 담가 먹는 김장에는 예부터 훈훈한 정이 묻어난다. 땅속 항아리에 묻어두고 먹는 김장은 겨울농사이면서, 한두 포기 꺼내 나눠 먹는 풍습은 추운 겨울을 녹여내는 품앗이다.

올해 겨울 어느 때보다도 불경기와 경제난이 심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김장 나누기 인심만은 여전하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많은 김치를 한순간에 만들었다고 한다. 해마다 보는 서울광장 김장행사지만 그 풍성한 인심은 세계인이 부러워할 정도이다. 이처럼 김장김치에는 서로 나누고 베푸는 우리네만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지난 수요일 도봉구 창동 스포츠문화센터에서도 김장 만들기 행사가 벌어졌다. 한 기업이 후원하고 관내 8개 노인복지시설이 모두 참여한 김장행사이다. 수능일이면 멀쩡하던 날씨도 춥듯 이날도 어김없이 징크스는 찾아왔다. 김장용 임시천막이 바람에 날아갈 정도였다. 그렇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숨 가쁜 손놀림은 되레 추위를 무색하게 했다.

절인 배추와 양념, 무채들이 정성과 한데 어울려 먹음직스런 김장이 공장물건 찍듯 금세 만들어진다. 3시간도 안 되는 사이 1,300세대에 나눠 줄 산더미같은 김치가 버무려졌다. 그야말로 능숙한 솜씨로 무장된 봉사자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김치 작업량이다.

아닌게 아니라 각 기관에서 지원한 180명의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김치의 달인들이다. 그들은 매년 참가하지만 밑반찬을 손수 만들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날라주는 마음씨 좋은 밑반찬 봉사자이기도 하다.

김치 버무림이 얼추 끝날 때쯤 잠깐의 점심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육개장이 나왔다. 게눈 감추듯 식사를 하고 바쁜 일손은 계속됐다. 15Kg 분량의 박스로 포장하는 작업이다. 마무리 작업은 속도를 내고 기관별로 김장을 전달하면서 행사는 끝났다. 이날 만든 김장김치는 도봉구내 홀몸 노인과 저소득층에 골고루 배달됐다.

그런데 김장 만들기 봉사활동에는 여성만 있지 않다. 김장 하역과 포장 그리고 청소 마무리를 돕는 대학생, 군인 봉사자들의 수고로움도 맛있는 김장에 일조했다. 이날 참관한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의 유버들 사회복지사는 할당된 110세대를 일일이 찾아 전하면서 "김장 속에는 사랑이 버무려져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비록 춥고 고된 작업이지만 아무나 느끼지 못하는 뿌듯함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비로소 자기들 겨우내 식량을 뒤늦게 준비할 것이다. 김장 자원봉사자야말로 요즘 소외된 이웃과 남을 먼저 돌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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