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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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10.21. 00:00
시민기자 이정엽 | |
전세계인의 디자인 축제,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다. 장소에서 전해지는 광활함 만큼 행사 규모도 크고 예산도 많이 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형 디자인 행사가 진행되는 시기에 서울시 도시갤러리 추진단에서 주관하는 흥미로운 행사가 눈길을 끈다. ‘겸손한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이다. 세종대와 건대 사이에 위치한 광진광장. 도로 가운데 삼각형 비슷한 모양으로 생긴 이곳은 다른 동네의 작은 광장과 마찬가지로 나무와 벤치, 조형물 정도가 있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공간이다. 그런데 바로 이 곳이 ‘겸손한 미술관(MOMA : The Museum of Modest Art)’을 개최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훈훈한 장소로 바뀌었다. 뉴욕의 유명한 미술관 MOMA에서 modern이 modest로 바뀐 재미난 이름이다. 이 광장을 꾸민 이들은 세종대 회화과 학생과 강사진들로, 이른바 지역 공동체 프로젝트인셈이다. 광진광장 내 작은 컨테이너 박스가 있고 그 안에 작품들이 가득하다. 임대한 회색빛 중고 컨테이너 박스 2개에서는 각각 기획전시와 상설전시로 구분이 되어 있다. 컨테이너 박스 뒷면은 아트월로, 앞면은 값싼 재료로 산뜻하게 치장이 됐다. 이 안에 있는 작품들은 이미 완성한 후 전시를 해 놓은 것이 아니라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작품이 하나둘씩 쌓여서 만들어진 임시 전시공간이 됐다. 이 작은 공간이 근사한 지역미술관으로 변신하며 소통의 공간이 된 것이다. 별 특색이 없었던 광진광장은 의자 등 누구나 목공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겸손한 목공소,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는 교환작업장, 일반인들의 그림을 전시해 놓은 겸손한 미술관 등 미술 전공자들과 일반인이 함께 즐기는 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마치 미대생들의 작업장이 옮겨진 듯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즐겼다. 면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골판지나 폐자지를 이어 붙여서 작품명을 붙이기도 하고, 자화상, 서예 등 유치원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골치 아픈 뉴스들로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정신적 여유야 말로 값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당초 10월 20일 끝낼 계획이었으나, 광진구청 측과 협의해 11월 2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Design is Air(디자인은 공기다)”라는 서울디자인올림픽의 타이틀은 대형 디자인 행사에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이런 작은 이벤트가 활성화 될 때 모두가 공감하는 문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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