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사 논란에서 빠진 것

admin

발행일 2008.09.01. 00:00

수정일 2008.09.01. 00:00

조회 1,837

지난 2008년 2월 11일 이른 아침. 먼발치에서 숭례문을 바라보는 많은 시민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숨과 탄식이 교차하고, 증오 섞인 육두문자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어 조화(弔花) 행렬이 이어지며, 무너져 내린 숭례문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갖가지 굿과 추모제가 열리는가 하면, 아예 그 곳에 머물며 아침ㆍ저녁으로 제사를 지내는 이까지 생겨났다.

2008년 2월 11일 새벽 발생한 숭례문 화재는 우리들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였다. 수 백년 ‘보존’해 온 유물이 방화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 부정적인 역할을 했던 유물마저도 우리의 문화재로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서울시와 문화재위원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문화재를 둘러싼 새로운 ‘가치 논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26년 지어진 서울시청사를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가, 아니면 불가피하게 일정의 변형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원형 그대로의 보존을 강조하고, 서울시는 시민 안전을 고려한 보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논란을 놓고 볼 때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논란에 휩싸인 시청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시청사를 숭례문이나 흥인지문과 같이 ‘보존 가치’를 우선하여 볼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서울시민이 드나들며 사용하는 ‘사용 가치’에 초점을 둘 것인가이다.

‘보존 가치’가 중요하다면, 그에 따른 문화재 보존을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고, ‘사용 가치’가 중요하다면, 건축물로 사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재위원회는 아파트나 주택에 적용되는 안전진단등급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고, 반면 서울시는 당연히 주택 등에 적용되는 안전진단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E등급(건물 철거가 필요한 등급)을 받은 건물을 그래도 둘 수는 없는 것이고,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분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서울시민들이 서울시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사용이나 보존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가 하는 점이다. 어느 도시든 시청사는 그 도시인들의 삶과 유리되지 않고, 보존하되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시설물이다. 역사성을 간직하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서울시청사는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글_이중천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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