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간다]일상 속의 묵상

admin

발행일 2008.07.30. 00:00

수정일 2008.07.30. 00:00

조회 1,093



시민기자 장경아




나 같은 경우는 아주 가끔 카메라만 덩그러니 들고 절이든, 성당이든, 교회든 찾아간다. 산에 가면 절을 찾아 꼭 인사드리고, 예쁜 교회를 지나면 예배실을 들러 잠시 앉았다가고, 성당가면 성수를 찍어 흉내를 내본다.

각기 종교는 다르지만 종교 내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같다. 차분함과 함께 어떤 이도 포용할 것 같은 느낌, 약간 어두운 듯한 느낌의 실내 장식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산사에 묻힌 절은 고즈넉하고 개방적이며 향냄새가 물씬 풍긴다. 새소리 바람소리, 풍경소리가 어울려 쉼터를 만든다.

오늘도 문득 가보고 싶었다. 우중충한 날씨가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운 곳을 검색해 양재동 성당을 찾았다. 상상했던 것처럼 자연조경 속에 묻힌 그런 곳은 아니지만 예배실을 개방해 놨다.


예배실에 들어서니 어둠속에 십자가에 걸린 예수님이 보였다. 작은 성당이었지만 단상이 아담하고 운치 있게 꾸며져 있어 잠시 앉아보았다. 역시나 밀려오는 편안함. 잠시 눈을 감았다. 사실 어떤 소원을 빌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날 받아주고 잠시 앉아있다 갈 수 있을 정도의 자리를 내어준 것에 감사드렸다.

여자들 몇몇이 들고나면서 기도를 드렸다. 그들은 이 시간에 무엇을 기도하려했을까? 그들도 나처럼 어떤 위안이든 사랑으로 채워서 가는 것이리라. 삶에 찌들었든, 즐거웠든 잠시 침묵해보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종로에 조계사를 찾아도 좋고, 명동 성당을 찾아도 좋고, 동네 작은 교회를 찾아도 좋다. 서울에서 가볍게 갈 수 있는 장소를 꼭 몇 군데 외워두고 한번씩 찾아서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한번씩 뒤돌아보면 좋겠다.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그냥 잠깐 들러 명상하듯 스쳐가도 좋다. 건조한 삶에 작은 소나기 같은 느낌이 들것이다. 그 소나기는 차츰 우리 마음을 적셔 좀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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