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다! 서울풍물시장

admin

발행일 2008.04.29. 00:00

수정일 2008.04.29. 00:00

조회 2,221



시민기자 최근모




신설동역에 내리니 사람들이 어디론가 바쁘게 걷고 있다. 야전잠바에 세계 각국의 배지를 주렁주렁 단 아저씨들이 뛰기 시작한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가죽잠바 사내들이 그들을 제치고 앞서 나간다. 동대문 도서관 앞에 다다르자 점점 인파들로 인도가 시끌벅적하다. 여러 갈래의 길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이 한 장소로 모이기 시작한다. 동대문 도서관 건물 뒤로 새하얀 천막 지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계천 이미지를 담은 한자 천(川)자를 형상화한 서울 풍물시장이다.

동대문 풍물시장에 있던 상인들이 이곳으로 이사와 전용건물에 둥지를 틀고 개장을 했다. 입구에 서울풍물시장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장똘이가 귀여운 캐릭터 모양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장똘이는 우리 고유의 봇짐장수인 장돌뱅이를 상징한다.

1층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오토바이와 전투기 미니어처가 눈길을 잡아끈다. 몰려있는 인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초록과 노랑, 보라색등 쉽게 구별되는 색으로 구획을 나누고 점포들도 동대문 옷가게들처럼 말끔하게 단장된 모습이다. 녹색구획에 마련된 점포들은 예전 황학동에서 보던 골동품과 가전제품을 팔고 있었는데 50년대 낡은 XX사 미싱에 "훌륭한 제품! 당시에 너무나 고장이 없어서 이 제품을 만든 회사가 문을 닫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세월의 때를 탄 미싱도 탐났지만, 그 센스있는 글귀에 왠지 모르게 저 제품은 곧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 라이더들을 위한 멋진 헬멧과 가죽잠바들도 보인다. 70년대쯤 틀어졌을 법한 LP판에서 옛 노래가 신기하게도 생생하게 흘러나온다.

2층으로 난 길을 따라 경사로를 올라가니 건물 지붕을 받치고 있는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 사이로 햇살이 그대로 들어와 예전 동대문 운동장에 있었던 시장보다 채광이 더욱 밝아졌다. 한쪽 벽면에 옛 청계천과 황학동 사진들을 벽지로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시 추억에 머물게 한다.

2층에는 공구 및 각종 잡화가 들어와 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돋보기 같은 안경을 벗고 라이방 선글라스를 써보며 폼을 잡는다. 바로 옆 점포에선 시계를 팔고 있는데, 마침 예전부터 사려던 전자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을 물으니 인터넷에서 파는 가격보다 좀 더 쌌다. 길을 따라 그저 걸으며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눈에 담기도 바쁘다. 그 중에서 물 건너온 희귀한 상품도 보이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생전 처음 보는 물건도 있다.

푸드 코너에서 일본식 어묵을 한 그릇 시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에 사각형, 세모, 동그라미, 길죽한 놈, 통통한 놈..., 다양한 어묵들이 담겨 있다. 풍물시장도 이 앞에 놓인 다양한 어묵들의 모습처럼 다른 곳에서는 절대 함께 있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것들이 한 공간에 모여 또 다른 매력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사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그냥 신설동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십중팔구 찾던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서울 풍물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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