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판잣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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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3.27. 00:00

수정일 2008.03.27. 00:00

조회 1,890



시민기자 이혁진

과거, 현재, 미래….

시간에 관해 철학자들은 갖가지 의미를 부여했지만, 특히 과거에 대한 정의는 대개 비슷하다. 과거는 잊히기도 하지만 고정된 시간이기에 오늘과 내일을 위한 거울로서 기억된다는 것이다. 비록 찌든 과거일지라도 애틋하게 그려지는 것은 어쩌면 지나간 세월이 갖는 추억과 매력일지 모른다.

지난 주말 청계천 거의 끝자락 두물다리 근처 이른바 판잣집 테마존에는 아침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5,60년대 아니 70년대 초까지 버티었던 청계천 판잣집의 재탄생을 확인하려는 행렬들이다. 전체적인 판잣집 실루엣은 비록 가난할지라도 친근한 예스러움 그대로이다.

얼기설기 엮은 판자 위에 폐타이가 놓여있는 판잣집 내부로 들어가면 생활상은 가깝게 다가온다. 만화가게는 조밀하게 꽂아 있는 만화책이 열기를 품은 연탄난로와 어울려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광명상회’라는 옥호 내부에 들어서면 동네 점방이 갖춘 모든 잡화를 볼 수 있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조악할지라도 당시 풍미했던 유명 상품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연탄가게를 겸하는 집 내부에는 주인 아들로 보이는 철수의 교련복과 교복, 책상, 양철 밥상과 담요 등 진부한 세간 살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당시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각종 벽보와 영화포스터들은 모든 게 유치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삶의 편린들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중장년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의외로 젊은 엄마들이 많았다. 그들은 부모세대에게나 들어봄직한 청계천 시절을 회상하며 자식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장면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왠지 고맙고 든든했다. 남루한 판잣집이라는 이유로 단절될 것 같은 과거가 희망차게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청계천복원과 판잣집 재현은 세대 간의 공감대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작업이기도 하다. 청계천이 복원된 지 3년, 판잣집 테마존을 보면서 청계천이 하루가 다르게 과거 제 모습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찾아가는 길>

청계천 하류를 따라 걷다가 두물다리 근처 오른쪽으로 판잣집을 떠받치는 지주들을 볼 수 있다. 내부 전시물을 보려면 램프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와야 한다. 따라서 판잣집들은 청계천문화관 건너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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