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시원하시죠?
발행일 2014.05.15. 00:00
[서울톡톡] 가정의 달인 5월, 다문화가족과 새터민가족들이 어르신들께 힐링마사지를 해드리는 행사가 열려 주변에 훈훈함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오후 1시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구암공원 시계탑 앞에는 그늘막이 쳐지고 의자가 즐비하게 놓였다. 얼마 후 행사 진행자들이 공원을 거니는 노인들을 손나팔로 불러 모았다.
"어르신들! 여기로 오세요. 오셔서 마사지 받으세요!"
"마사지를 해준다고요?" "어디서 나오신 분들이오?"
말없이 웃기만 할 뿐, 노인들의 어깨며 등을 두드리는 사람들, 이들 중에는 다문화가족과 새터민 가족도 있었다. <약손으로 사랑을 모아요 러브핸즈>는 매년 진행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강서구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과 새터민가족들로 구성된 마을공동체인 '누리마음연구소'가 강서경찰서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행사다. 가양동의 마을공동체인 '누리마음연구소'에서는 4년 전부터 가양동 일대의 경로당을 순회하며 기체조와 약손마사지 등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노인들의 야외활동이 많은 봄가을에는 궁산과 구암공원 등을 찾아가 약손마사지 행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김소연(31) 씨는 일곱살 아들과 함께 나왔다. 김 씨는 아들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개구쟁이라면서 "오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장 많이 모셔와 칭찬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새터민 윤희용(42) 씨도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약손마사지 행사에 참여했다. 윤 씨는 "마사지법을 아들과 같이 배웠는데 밤에 일터에서 돌아오면 아빠에게도 종종 마사지를 해주는 효자"라며 은근히 아들 자랑을 했다.
캄보디아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한지 8년이 된 토엠찬니(34) 씨는 약손맛사지를 하는 다문화가정 주부 중 맏언니로 통한다. 동네 봉사활동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동생들을 불러들여 맛있는 음식도 곧잘 해 주는 등 살뜰히 챙겨주기 때문이다. 이날 금빛깔 머리염색의 상기된 모습의 토엠찬니(34) 씨는"그동안 이웃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렇게 마사지 봉사로서 조금이나가 고마움을 대신 할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약손마사지 뿐만 아니라 가양동 '단태권도장'의 사범들은 오장육부의 혈을 열어준다는 오금침을 어르신들께 선보이기도 했다. 몸 안의 나쁜 기운을 비워낸 다음 대자연의 기운을 다시 채우는 이른바 활공마사지이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어르신들의 얼굴가득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어르신들은 날도 더운데 봉사자들이 고생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다문화와 새터민 가족들이 어르신들을 정성껏 마사지 해 드리는 동안 가족들의 어린 자녀들은 공원일대를 돌며 어르신들을 속속 모셔 오기도 해 행사장의 의자는 빈 의자가 안 보일 정도로 꽉 차 성황을 이루었다.
오후 3시가 넘도록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약손마사지를 받은 어르신들은 자리를 쉬이 뜨질 못했다. 주머니 속 사탕을 꺼내 고사리 손으로 어깨를 두드려 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건네주거나 주섬주섬 가져온 비닐봉지를 풀어놓는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참외를 그릇에 담아온 할머니, 박카스를 챙겨 온 할아버지 등 꺼내든 간식거리를 서로 나누며 행사장에는 어느새 인사말이 오가고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마사지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아동폭력 예방에 관해 강서경찰서 경사들이 상담자로 나서 부모들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신경식 경사(42)는 "몸과 마음이 함께 힐링 되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리마음연구소장 황순연(32) 씨는 몇 년 째 하고 있는 이 행사의 취지에 관해 짤막히 답했다. "모든 선입견을 떨치고 마주치면 웃고 서로 품어주는 한 동네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런 만남으로 계속 싹트길 희망합니다."
누리마음연구소는 약손마사지를 통한 지역봉사활동과 더불어 다문화가정과 새터민가정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등 이웃 끌어안기에 힘을 쓰고 있다. 마을공동체 누리마음연구소 사업에 참여하려면 02-2668-5747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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