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정취

admin

발행일 2008.01.08. 00:00

수정일 2008.01.08. 00:00

조회 2,394



시민기자 조문숙




제주도, 담양, 강진 등 아름다운 돌담길이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있다. 세계 오래된 도시의 골목에서 사진을 찍으면 어디서든 멋진 풍경이 되듯 우리나라의 유명한 돌담길 역시 운치가 있다. 정적인 분위기지만 오랜 시간 속 이야기가 속속 배어 있고, 그런 정취는 그 공간에서 뿐 아니라 남아있는 사진 속에서도 물씬 풍긴다.

도시에서 보는 벽돌이나 시멘트로 만들어진 담장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멋이다. 또한 돌담을 쌓아 놓은 길은 주변 환경과도 잘 어우러져 있어 돌담까지도 자연의 일부가 되는 듯 하다.

서울에서는 돌담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돌담을 볼 수 있는 곳은 언덕 위에 위치한 고급주택가에서이다. 이런 동네의 돌담은 자연과 어우러진 담이라기보다는 거만함을 뽐내듯 높디높은 모양이다. 절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혹은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느껴진다.

이렇듯 서울에서는 부유한 주택가가 아니면 돌담은 고궁 근처에 가야 만날 수 있다. 높고 단단해 보이는 담이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고궁의 돌담은 나름의 느낌이 있다. 도시의 골목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늑함과 여유로움이랄까. 그런 면 때문에 돌담길에는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연인들이 많다.

연인끼리 걸으면 헤어진다는 얄궂은 속설이 전해오는 덕수궁 돌담길. 그런 소문의 이유에 대해 길이 너무 길어서 그 길을 걷는 도중에 연인끼리 말다툼이 생겨서 헤어진다, 혹은 예전에 가정법원이 근처에 있어 이혼한 부부가 이 길을 걷는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고궁을 따라 길게 서있는 돌담길은 호젓한 분위기 때문에 걷고 싶어지는 게 사실이다.

선조들의 서정성과 미적 감각이 남아있는 돌담길을 걷고 있으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자연과 하나가 된 시골의 돌담길처럼 서울의 골목, 길에 대한 미적 평가에 많은 사람들이 눈을 뜨고 있는 것 같다. 유럽의 경우처럼 운치 있는 뒷골목은 문화가 담겨 있으며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높다란 회색빛 시멘트 담장 보다는 나지막한 돌담길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공통의 정서가 아닐까. 도시의 골목에 대한 아름다움, 그 미적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