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낙엽이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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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12.17.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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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단풍과 낙엽은 사라지고 없다. 단풍과 낙엽은 어찌 보면 찰나의 아름다움이다. 하루가 다르게 채색되는 단풍은 나무에 걸려있는 순간보다 땅에 떨어져 더 아름답게 빛난다.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모습이랄까. 그래서 낙엽은 누구하고도 친한지 모른다. 물과 가깝고 눈 속에서는 더욱 선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낙엽은 인간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추억 속 책갈피는 아직도 은행잎과 단풍잎을 품고 있다. 이 세상에서 낙엽만큼 자주 등장하는 문학의 소재도 드물 것이다. 누군가 낙엽은 가을이 남긴 상처라 했다. 또 어떤 이는 생명을 배태하는 주인공이라 했다. 이렇듯 시심(詩心)으로도 모자라 낙엽은 노래로도 우리 귓가를 맴돈다. 마지막 잎새는 쓸쓸한 이별을 암시한다. 낙엽이 떨어질까 말까 하는 순간 바람은 얄미운 손님이다. 이제는 낙엽을 먼지같이 휘날리는 자동차 뒤태는 한동안 볼 수 없다. 수북이 쌓인 낙엽 때문에 산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한편 언제부턴가 낙엽은 이른바 인위적인 관리대상이다. 어느새 도로변에 놓인 ‘낙엽수거용’ 포대들이 속속 채워져 어딘가로 보내졌다. 그런가 싶더니 지난주에는 아파트에서 낙엽을 본격적으로 치웠다. 하나 둘 켜켜이 포개 얹어 놓은 마대자루를 보니 왠지 서운하다. 애써 가을흔적을 지운 것 같다. 하지만 낙엽이 그 가치를 다하고도 어딘가 더 쓰일 곳으로 갔다니 아쉬움은 덜하다. 낙엽은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죽음이 새로운 삶의 시작인 것처럼 낙엽은 겨울을 준비하는 밀알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겨울 낙엽이 남긴 메시지는 절망과 끝이 아니라 희망과 시작이다. 겨울을 맞아 간간이 뒹구는 낙엽을 보며 지난 가을 도심 큰 건물에 걸렸던 현수막 글귀가 갑자기 떠오른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한때 가을을 가장 아름답게 수놓았던 것은 다름 아닌 지금의 겨울 낙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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