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일본인 며느리들이 떴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4.02.20. 00:00
[서울톡톡] 강서구의 화곡동의 빌라촌엔 '초록당경로당'이 있다. 할아버지 20명, 할머니 70명 등 약 90명의 어르신들이 서로 모여 소통하며 삶을 나누고 계신다. 회원들 중에 회장, 부회장, 총무 등도 뽑아 경로당 일을 맡긴다. 특히 매달 15일에는 회원전원이 참석하는 월례회의가 열린다.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추억여행 등 행사도 짜곤 한다. 기자의 경우 3주 전쯤부터 경로당코디네이터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월 월례회의는 지난 14일에 실시했다. 회장님의 인사와 총무님의 월간 운영비 결산보고 및 3월 15일에 예정된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한 공지사항 발표 등으로 진행되었으며, 회의 후에는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경로당 자체에서 준비한 정월대보름 오곡밥과 수육 등으로 풍성한 파티가 진행되었다. 건강이 악화되어 월례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들을 위한 오곡밥 배달도 잊지 않았다. 경로당이라는 어르신들 공동체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2월 월례회였다.
경로당 어르신들이 평균 나이가 80세가 넘는다. 음식 준비와 상차림, 설거지와 뒷정리 등 어르신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힘든 노동이다. 1시간 남짓 식사시간이 끝나자 80여명의 어르신들이 먹은 그릇들이 산처럼 부엌에 쌓이기 시작했다. '저 많은 그릇을 어떻게 설거지를 하지?' 라는 생각에서 걱정이 앞섰다.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주머니 2명이 부엌을 점령하더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밝은 표정과 즐거움에 찬 흥얼거림이 들리는 것 같았다. "어느 어르신의 며느리인지, 참 좋은 며느리를 두셨네요?"라고 경로당 회장님께 여쭤보니 예상외의 답이 들려왔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며느리가 아니고, 일본 여자들인데 우리 경로당에 봉사를 온 거야. 정말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지. 할머니들이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설거지가 끝나갈 무렵, 나는 아름다운 봉사의 주인공 스즈끼(42세, 자녀 4명)씨와 갠지(37세, 자녀 5명)씨와 대화를 시작했다. 이들은 '초록동경로당' 관내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 여자들로, 화곡본동에는 6명 살고 있는데 5년 전부터 봉사를 해왔다고 했다. 매월 실시하는 경로당 월례회의에 2~3명이 함께 조를 짜서 월례회의 날 점심 준비와 설거지 등의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 소외된 곳인 경로당을 찾아와 열심히 봉사하는 일본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최근처럼 한일관계의 냉각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봉사활동은 미래의 한일 관계 발전에도 무명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오늘 점심에 먹은 잘 섞인 오곡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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