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며

admin

발행일 2007.11.05. 00:00

수정일 2007.11.05. 00:00

조회 2,515



시민기자 이혁진

우리 전통과 문화의 흔적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최근 복원하는 움직임이 일어 다행이지만 아직도 옛것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행태가 여전하다. 소위 문화 국수주의가 아니라도 전통을 소홀히 하면 결국 자기 정체성도 희박해진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가 있다.

최근 한 외국인으로부터 종로 인사동 남인사마당 공원 한쪽에 자리한 ‘장승’에 대한 설명을 부탁받고 속 시원히 안내하지 못해 머뭇거린 적이 있다. 내가 소개한 장승에 대한 설명은 이러했다.

“장승은 마을을 지키는 상징적인 수호신이다. 그 커다란 얼굴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공포심을 준다. 우리는 지역 간의 경계를 삼고자 마을 어귀나 동구 밖 초입에 장승을 세워 모시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한 풍습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렇게 장승을 만들어 세워 우리 문화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외국인도 이미 아는 눈치였다.

되레 그들이 던지는 장승에 대한 의견은 내가 진정 한국인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그들은 장승이 한국인의 다양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일면이 있다는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시내 곳곳에 장승을 이정표로 활용하는 등 장승문화에 대한 보존대책을 피력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부 이 수준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상당히 깊었다. 이처럼 외국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들의 관심은 결국 우리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경을 초월한 세계인의 공통된 문화와 생활양식이 존재하지만 보다 더 발전하면 상대만이 가지는 독특한 것에 남다른 애정을 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것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다는 말은 일견 설득력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관광시대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예상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여행한다는 사실은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1백만 영이나 되는 외국인들도 우리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 점에서 서울시민이나 관련기관 종사자들이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과 격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관광지 주변에서 보게 되는 장승에 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보면서 정작 우리 것에 대해 그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하게 된다. 이참에 외국인과 함께 장승을 찾아 몇 군데 더 찾은 기회는 나 자신에게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점차 잊혀져 가는 장승이 우리 전통문화의 긍지를 새삼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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