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수확, 주말농장
admin
발행일 2007.08.31. 00:00
시민기자 최근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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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찜통더위를 견뎌낸 농작물들이 마침 내린 소나기에 흠뻑 젖었다. 물방울이 탐스럽게 맺힌 토마토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올봄에 구청에 예약했던 주말농장에 고추, 토마토, 옥수수를 심었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주말마다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땅을 일구고 거름을 주고 씨를 뿌렸던 기억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처서를 지나도 여전히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걸 보고 있자니 가을은 아직 먼 얘기 같다. 한낮의 비가 그치고 농작물을 수확하려고 밭으로 갔다. 토끼똥 같던 토마토들이 주먹만큼 커져 가지가 휘청거린다. 고추들이 어느새 빨갛게 성을 내는 것을 보니 날씨는 여전히 여름이지만 밭에는 수확을 상징하는 가을의 풍성함이 물씬 풍긴다. 한나절을 일하니 허리가 다 휘청거린다. 여름 내내 뙤약볕에서 열심히 놀린 손은 어느새 흙냄새 짙은 농부의 손바닥으로 변했고, 팔뚝과 종아리엔 풀에 긁힌 자잘한 상처들이 훈장처럼 흔적을 남겨 놓았다. 신경 쓴다고 선크림도 바르고 시골 허수아비가 썼을법한 커다란 밀짚모자도 써보았지만 열사의 아프리카에서 한철을 보낸 듯 검게 탔다. 올해는 휴가조차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주말농장에 오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혹독한 더위를 보냈지만 저 멀리 남해의 어느 이름 모를 섬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듯 기분이 가뿐하다.
![]() 내 손으로 일군 땅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옥수수를 직접 따와 집에서 삶아보았다. 처음엔 초보인지라 옥수수알들이 너무 딱딱하게 되었는데,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이제는 쫀득쫀득하고 씹히는 맛이 일품인 옥수수를 삶을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그런지 이런 기쁨이 참 신선하고 즐겁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열대야라서 그런 것 보다는 새벽에 소나기가 시시때때로 내려 후두둑 소리만 나도 베란다로 나가 밖을 살펴야 했다. 비라도 계속 쏟아지면 아파트 옥상에 널린 고추들이 걱정돼 계단을 뛰어올라가 달밤에 체조하듯 고추들을 걷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기르고 말린 고추들이 이제 조금 있으면 방앗간에 가 고운 고춧가루로 부활하게 된다. ‘뿌린 데로 거둔다’라는 말처럼 얼마 되지 않는 땅에서 땀을 흘리며 손수 길렀던 이 작은 생명들로부터 행복이란 작고 소박하더라도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에 있다는 것을 배워간다. 이제 흘린 땀방울들을 잘 정리하고 수확할 가을이 온 것 같다. 이번 가을은 모두에게 풍성한 계절이 될 수 있는 바람을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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