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admin
발행일 2007.07.10.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 |
장마철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시원하지만 그때 뿐, 지구복사열이 너무 강해 바람은 되레 뜨겁게 느껴진다. 한낮 내리쬐는 햇살은 자외선지수로 발표돼 건강의 경계 대상이다. 지난 주말 중랑천변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상계교 부근 둑에 지은 정자 쉼터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쉬면서 땀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런 쉼터에는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정자에서 천을 내려다보며 어릴 적 정자나무를 잠시 떠올렸다. 성황당 앞에는 수령도 알 수 없는 키가 엄청나게 큰 느티나무가 있고, 벌판 한가운데 우뚝 선 버드나무는 언제나 아름답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넓은 그늘을 펴놓고 사람을 부른다. 거기서 놀기도 하고 어른들이 주시는 과일과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더위를 쫓던 기억이 새롭다. 이처럼 정자나무는 마을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는 늠름한 자세가 생생하다. 세월을 뛰어넘고, 성장해서 찾아가면 환경이 다 변해도 몇 개의 정자나무만은 시간을 멈춘 듯 아직도 지켜 서서 우리를 반긴다.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위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정자나무가 거의 없다. 개발과 발전을 위한 명분에 그만 자리를 내준 결과이다. 그나마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늘막과 쉼터들이 대신하고 있다. 웬만한 아파트에도 정자 그늘 한두 개 정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본래 정자나무는 더우면 더울수록 더 짙은 그늘을 내주는 속성이 있다. 수종은 다양하지만 정자나무는 키가 크고 가지와 이파리 모두 풍성하다. 그러기에 바람을 불러들이고 그늘을 보다 청량하게 만드는 영험을 지니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새삼 정자나무의 그늘과 정취를 그리워하고 있다. 개발행위를 하더라도 오래된 정자나무들은 미관과 옛 정서를 감안해 보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리고 경관이 좋은 곳에 규모 있는 정자와 쉼터를 조성하는 자연 친화적인 노력도 엿보인다. 그늘을 찾고 싶은 요즘 가까운 정자를 찾아보는 것도 훌륭한 피서법일 듯 싶다. 어릴 때 정자나무만큼은 못하겠지만 마음만은 벌써 얼음장처럼 시원함을 느낀다.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