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공원에서 본 희망과 미래

admin

발행일 2007.07.02. 00:00

수정일 2007.07.02. 00:00

조회 1,606



시민기자 이승철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오후 효창공원을 찾았다. 용산구 효창동에 자리 잡고 있는 효창공원은 인근 시민들의 쉼터일 뿐만 아니라 일제 치하에서 우리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헌신한 순국선열들을 모신 호국의 장소다.

공원은 평소에는 산책 나온 인근의 주민들과 위대한 선열들의 묘소에 참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때문인지 이날은 정자에 앉아 장기와 바둑을 두는 노인들 몇 분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공원지역의 연못이 있는 곳을 지나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삼의사묘역을 둘러보고 다시 백범기념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백범기념관 앞에는 역동적인 모습의 이봉창의사 동상이 세워져 있어서 발길을 멈추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백범기념관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비가 내리기 때문이리라. 기념관을 둘러보며 백범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다가 기념관 뒤쪽의 묘역으로 향했다. 묘역에는 약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관리인 두 사람이 잔디와 나무를 돌보고 있었다.

묘소입구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노라니 저만큼 앞서 청년 한사람이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천천히 그를 뒤따랐다. 우산을 받쳐 들고 올라간 청년은 백범선생의 묘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어깨에 멘 가방과 우산을 길바닥에 내려놓고 묘소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를 숙인 청년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가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지만 청년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그의 머리 위에 우산을 받쳐줄까 하고 생각했지만 방해가 될 것 같아 그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약 5분 쯤 머리를 숙이고 있던 청년이 서서히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선을 묘소에 고정시킨 채 또 한참을 그대로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또 약 5분쯤이 지난 후에야 청년이 돌아서 가방을 메고 다시 우산을 받쳐 들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김구선생님 묘소에 참배를 오셨군요?”, 방금 전 참배한 후여서 그런지 엄숙한 표정인 청년에게 말을 붙이기가 망설여졌지만 일단 말을 붙여보았다. “네. 앞으로 공직에 뜻을 두고 있어서 존경하는 김구선생님 묘소를 찾았습니다” 청년은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으로, 고시에서 한번 실패했지만 공직자가 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기로 뜻을 굳혔다는 것이었다. 꼭 공무원이 되어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지금의 그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하자 청년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청했다.

장마철의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슬비에 옷을 적시며 조국을 위해 몸을 마친 애국선열의 묘소를 참배하는 청년에게서 믿음직함과 함께 조국의 미래와 희망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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