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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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4.10.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화사한 봄이다. 눈길 가는 꽃과 나무는 화려한 색깔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세상 만물을 거침없이 유혹할 기세다. 하지만 잠시 내려다보면 애절할 만큼 우리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쑥과 민들레가 온갖 잡초들과 한 살림 하며 지나는 객에게 인사한다. 쑥스러운 표정처럼 겉보기에 초라하고 순진해도 그들의 진득한 삶은 차라리 우리에게 더 많은 말을 건네는지 모른다. 잔디에 흩뿌려진 쑥들과 간간이 보초병처럼 한자리 치는 민들레꽃들은 한 식구 같다. 사실 그들만큼 자세를 낮추고 우리에게 겸허함을 일러주는 것도 드물다. 쑥 향을 맡고 캐려면 무릎부터 굽혀야 한다. 민들레는 겸손의 미덕을 더 강조한다. 민들레는 거의 땅에 누워서 자라는 풀이다. 민들레는 키가 큰 풀 틈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법이 없다. 스스로 들판 키 작은 풀들과 어울리기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애써 밝은 얼굴을 짓는 게 대견하고 신기하다. 아니 영락없이 잡초 같은 부류로 봐줘도 아무렇지 않다는 기색이다. 엊그제는 산책길 민들레를 가까이 쳐다보며 주변을 살폈다. 띄엄띄엄 퍼져있는 민들레는 다른 풀들과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었다. 어떤 민들레는 돌 틈에서 얼굴을 내밀며 힘자랑을 한다. 눕다시피 마주하는 나에게 민들레는 속삭이듯 말했다. 얼굴을 들어 하늘에 걸린 나를 바라보며 하는 말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볼 수 있어요"라고 한다. 민들레는 현재의 자기가 제일 행복하다는 눈치다. 외롭게 줄기마다 하나씩 피는 꽃은 민들레 삶처럼 보인다. 자기 자신마저 먹잇감으로 희생하는 민들레 인생 또한 교훈적이다. 봄나물로도 손색없는 민들레를 한 소쿠리 캤다. 민들레의 어린잎과 뿌리는 봄철 필요한 훌륭한 비타민이다. 민들레의 삶을 음미하면서 민들레 무침을 한입 먹어본다. 씹을수록 입가에 씁쓸함이 전해온다. 민들레처럼 소박한 것이 강하다는 말을 조금 이해할 듯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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