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친구들의 서울 적응기
발행일 2010.12.31. 00:00
요즘처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를 오르내리고 흰 눈이 잔뜩 쌓이면, 서울숲 자원활동가 김상헌씨는 은근히 남쪽지방에서 올라온 일곱 친구들이 걱정된다. 그 친구들은 영하의 날씨도 알고 겨울철의 흰 눈도 알지만, 서울에서처럼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발이 빠지는 눈 더미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3년 전 쯤에 어린 나이로 서울에 왔기 때문에, 아직 서울의 추운 겨울철 환경에 완전히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철에도 추위와 눈에 동해(凍害)를 입었었지만, 그래도 서울의 더운 여름철 날씨에 기운 차리고 가까스로 회복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철이 되자마자 이렇게 혹한의 추운 날씨를 경험하게 되니, 자원활동가 김상헌(64세,가명)씨가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 어린 일곱 친구들은 서울이 따뜻해진다고 하여 시험 삼아 올라와 본 것이다.
서울숲에서는 3년 전부터 남쪽지방의 난대수종 7종(種)의 어린 묘목들을 시험 삼아 기르고 있다. 서울의 기후변화를 모니터링 하기 위하여 꽝꽝나무, 동백나무, 먼나무, 다정큼나무, 굴거리나무, 종가시나무, 녹나무 등 7종의 어린 나무들을 시험재배하고 있다.
꽝꽝나무나 동백나무 그리고 다정큼나무는 서울의 겨울 추위를 어느 정도 견디어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었다. 더구나 동백나무는 주위에 씨가 떨어져 잡종1세대(F1)가 세 나무나 생겼다. 이 어리디 어린 동백나무가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지가 큰 관심이다.
그러나 추위에 약한 녹나무는 작년 여름철에 자란 줄기와 가지가 지난 겨울철에 모두 추위에 얼어 죽었다. 다행히 지상부만 동해를 입고 뿌리는 살아서 올 봄에 다시 줄기들이 생겨났지만, 요즘의 이 추위와 폭설에 아마 또다시 지상부는 동해를 입을 것이라고 김씨는 생각하고 있다.
지난 여름철에 잡초의 등살에 종가시나무는 2~3주가 죽었지만 그래도 남은 종가시나무는 제법 자랐다. 서울에서도 남부지방 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은 환경에서는 종가시나무가 잘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굴거리나무는 서울에서도 꿋꿋하게 잘 살고 있다. 내장산이 자생지 북방한계선인 굴거리나무는 작년 겨울 추위에 잎 등이 동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20여 주 모두가 겨울을 잘 지냈고, 여름철에도 잡초와의 경쟁에서도 모두 잘 견디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는 0.7도의 기온 상승이 있었고, 한국에서도 약 1.5도의 기온 상승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더욱 높은 기온 상승이 우려된다. 서울의 기온 상승 여부를 실증적으로 알기 위하여, 남부지방의 난대수종 7종을 어린 묘목부터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지구온난화 이야기를 할 때면 남극의 빙산이 무너지는 장면을 들먹이거나, 북극곰이 얼음이 녹아 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거나,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봉우리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 면적이 좁아지고 있다는 등 외국의 예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는 너무나 먼 곳의 이야기이므로 일반적으로 실감이 안 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제주도나 완도 등 다도해에서 사는 나무들이 서울의 한복판에서도 잘 살고 있다면 서울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숲에서 이 어린 남부수종들이 죽지 않고 잘 자라 20년쯤 후에 서울숲에 난대림이 형성된다면, 적어도 서울지방의 기온이 남부지방 못지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 아니 한국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인 것이다. 물론 서울의 기온도 올라가는 것이고.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