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게이트볼

admin

발행일 2007.02.07. 00:00

수정일 2007.02.07. 00:00

조회 1,511



시민기자 이혁진

"통과, 통과" 일단의 사람들이 지르는 응원소리가 힘차다. 저편에서는 여성의 발랄한 목소리가 웃음과 함께 들리기도 한다. 지난 주말 시립 창동게이트볼장에서 경기를 즐기는 노인들의 표정이다. 가끔 이곳을 지나치면서 언젠가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들러보니 규모도 그렇고 게이트볼을 즐기는 노인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70대의 할머니는 청도 하지 않았는데 멀찍이 구경만하고 있는 나에게 열을 올리며 경기내용을 설명한다. 마니아라 해도 괜찮을 정도로 게이트볼 경기규칙에 해박한 것은 물론 실력에서도 월등해 보였다. 당장 스틱을 주며 쳐보라며 등 떠밀 태세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정해진 시간에 경기는 끝났지만 노인의 게이트볼 예찬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야말로 젊음과 활력이 넘쳤다. 게이트볼이 노인들에게 적당한 운동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훨씬 넘어선 느낌을 받았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그들 나름의 동료의식을 느끼며 즐거움을 주는 것이 게이트볼 만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트볼장에는 60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지만 그들의 대화와 생동감은 60대보다 더 활기차 보인다. 게이트를 통과하고 폴을 맞힐 때마다 지르는 함성과 탄성은 스틱으로 생기는 경쾌한 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 순간 노인들은 그들만의 희열을 공감한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게이트볼 경기는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자칭 게이트볼 마니아라는 한 노인은 게이트볼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상기된 표정이다. 이제는 할머니 이용객이 더 많아 게이트볼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귀띔한다. 게이트볼이 단순히 운동차원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노인들의 자랑은 계속 이어진다. 시립창동운동장의 게이트볼장이 국내에서 제일 큰 규모라 한다. 8개의 게이트볼장은 전국대회의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근처에 살면서도 게이트볼장에 대한 자부심이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자리를 뜨려는 나에게 입회하여 꼭 스틱을 잡아보라고 강권하는 눈치다. 쑥스럽게 화답했지만 여전히 노인들은 게이트볼장에서 만큼은 자기들이 "어르신" 대접을 받는 게 싫다며 은근히 젊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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