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허물자 숨통이 트인다
admin
발행일 2010.04.04. 00:00
담장 없는 건물이 시내 곳곳에서 늘어가고 있다. 건물 담장을 없애는 것, 서울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아니던가. 건물 사각으로 빙 둘러 높다랗게 세워진 벽돌 담장, 그리고 그것도 못 미더워 폭 좁은 담장 위에 뾰쪽한 철심을 박고, 때론 유리병을 부수어 꽂고, 시커먼 철책까지 빙빙 둘렀던 흉한 담장들이 있었다. 이런 담장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작은 공원이 대신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 년 전부터 생활권 녹지 100만㎡ 늘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공원화 사업부터 진척시켜나갔고, 이미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 초중고를 합하면 수백 개가 넘는 학교가 이 사업에 동참하여 그간 삭막하고 폐쇄됐던 담장이 확 트이면서 녹지 공간이 생겨났다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쉼터로 변모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성의 상아탑으로 권위적이고 보수적이기까지 했던 대학까지 합세해 철옹성처럼 버티고 섰던 콘크리트 담장을 허물고 녹색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경우 2004년부터 서울대의대, 고려대, 외국어대로부터 시작된 ‘담장 개방 녹화 사업’은 지난해 말까지 20여 개 대학의 참여로 확대됐다. 담장 개방은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공기관과 단체, 대형 건물, 대단위 아파트, 일반 주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자의 생활권인 구로구의 경우, 수년 전부터 담장 개방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구청은 타 건물보다 일찍이 담장을 개방해 공원 녹지화함으로써 시민들의 쉼터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 호응은 다시 인근 학교들과 타 건물들의 담장 허물기로 확산되고 있다. 답답했던 마음을 확 뚫어 놓은 기분이다. 구로구청과 100여 미터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고려대구로병원도 담장으로 폐쇄됐던 공간을 모두 허물고 녹색 공원을 만들었다. 벽이 있던 인도와 접한 자리에는 보기 좋은 자연석을 낮게 쌓고, 사이사이에 키 낮은 나무를 심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소나무와 향나무 등의 수목을 심어 숲 공간을 만들고, 사이사이에는 푹신한 잔디를 깔았다. 또 자투리 땅엔 꽃을 심어 아름다운 화단을 만들어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행인들도 잠시 여가를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소공원 쉼터로 단장했다. 벤치도 마련하고 쉼터에 어울리는 근사한 조형물도 곳곳에 설치해 미관을 살렸다. 병원 건물이 작은 공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잠시 쉬어가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잘 단장해 놓았다. 이곳 벤치에서 마주친 구로구에 거주하는 김민중(57) 씨는 “꽉 닫혔던 공간이 확 트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니 보행 중에도 후련하고 시원함을 느낀다. 또 곳곳 조경이 아름답고, 벤치 옆에 설치된 조형물들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어 좋다. 소나무와 향나무가 들어서니 숲을 연상시키고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실 수 있어 더욱 좋다”고 했다. 특히나 구로구청과 5분 거리에 위치한 구로구민회관과 구로아트밸리극장이 우뚝 선 주변은 구청과 주민들이 함께 쾌적하고 울창한 숲길을 조성해가고 있다. 이름하여 ‘아트밸리길 그린웨이’는 잠시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변에 담장은 찾아볼 수 없고, 울창한 숲과 잘 다듬어진 낮은 키의 수목들은 시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인근 구로고등학교에서도 담장을 허물고 5월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으로 공원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높은 벽돌 담이 자리했던 곳은 자연석을 나즈막하게 2층으로 쌓고, 사이사이 나무를 심어 녹색 소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고 있다. 학생들과 부모들 공히 환영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단 공공장소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인도를 고풍스럽고 품격 높은 화단으로 꾸미고, 동네 곳곳에 칙칙하고 버림받았던 자투리 땅들을 찾아내 아름다운 동네 꽃밭으로 만들어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담장 개방 녹화 사업’은 민관이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하는 합작품인 셈이다. 이것은 제2의 새마을 운동이라고 할 만하다. 김은경(44) 씨는 "구로구가 옛 구로공단의 퀘퀘하던 분위기에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디지털단지로서뿐만 아니라 멋진 도심 디자인으로 변신해 가고 있음을 본다. 바라건대 서울 모든 지역에서 담장 허물기가 보다 본격적으로 이뤄져 담장 없는 서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담장 개방화와 함께 꼭꼭 닫혀 있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 담장도 허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서로 사랑하고 소통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껴안을 수 있는 시민이었으면 한다. 그러한 성숙되고 신바람 나는 서울과 시민들의 모습을 오는 11월에 개최되는 ‘2010 G20 서울정상회의’ 때 세계 정상들과 세계인들에게 마음껏 보여주었으면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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