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도 명품이 있다면?
admin
발행일 2010.01.18. 00:00
성북구의 ‘아라리로 거리’ 서울 거리가 아름답게 변화하고 있다. 편안하고 쾌적하며 조화로운 디자인 거리로 알려진 '아라리로 디자인 거리', '강남대로 디자인 거리', '관악 디자인 거리' 그리고 '천호 디자인 거리' 등 이름만 들어도 꼭 가보고 싶은 명품 거리들을 탐방해보기로 했다. 아라리로 거리는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거리’ 프로젝트의 하나로, 동소문로에서 한성대입구 역까지 이르는 길이 700m 도로를 말한다. 예전에는 다소 불규칙하고 무질서해 보이던 도로며 간판, 울퉁불퉁한 노면, 네온사인, 전선, 그리고 가판대 등은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쾌적하고 안락한 도로로 지나는 행인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그 변화 중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디자인이 가미된 세련된 간판이다. 예전에는 상호를 표시하는 정도로만 머문 광고성 간판들이 디자인의 옷을 입자 간결한 글씨체와 색상, 로고로 변화되어 시민들의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거리마다 원형, 네모 등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된 간판들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거리 곳곳을 조금만 살펴 보면 보석 같은 디자인의 숨결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들과 노약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유모차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행로의 폭이 넓어졌고, 보도 전체가 화강석으로 이뤄져 걷기에 편안해졌다. 특히 도로 곳곳에 턱을 낮추고 평평하게 하여 차량이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의 진ㆍ출입을 쉽게 만들어준 점은 돋보인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나 장마철에 보행도로 곳곳에 턱의 높낮이가 다르면 넘어지기 쉬워 시민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가로등과 조명시설도 은근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ㄱ자형의 검정색 가로등은 한글 ‘자음’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도시미관을 돋보이기에 충분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또한 간결한 부스 모양의 검정색 버스 정류장도 시민들의 휴게 장소로 적절하게 조성되어 있다. 거기에다 새롭게 마련된, 자연의 숨결을 품은 성북천과 봄과 여름이면 미니 콘서트가 열려 시민들에게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한성대 분수광장은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남대로 디자인 거리 지하철을 빠져나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출구로 나온 후 강남대로를 바라보면 20여 개의 검은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디지털 혁명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디어폴’이다. 그리고 이 미디어폴들로 상징되는 곳이 '강남대로 디자인 거리'다. 미디어폴(media pole)이란 첨단 IT산업을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공공시설물로서, 총 22개의 이 조형물들은 단순 조형물이 아니라 예술품, 첨단시설이 통합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뉴스와 정보, 지역 소식, 광고영상을 통해 시민들에게 정보의 보고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일대에서 가로등과 교통안전표지, 폐쇄회로(CCTV) 등 도로에 있는 복잡한 시설물들의 기능을 총괄하는 가로시설물 역할도 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강남역의 옛 거리를 회상해보면, 붐비는 인파와 그에 비해 좁은 노면, 많은 가판대와 전선, 복잡한 간판들로 젊음의 낭만보다는 피곤함이 먼저 떠오른다. 반면 디자인 거리 조성 후 깔끔하게 정비된 간판과 점포들의 모습에서는 쾌적함을 엿볼 수 있었다. 건조하고 숨막힐 듯 복잡했던 거리가 간결해지고 차분해진 것이다. 우후죽순 돌출되어 나와 있던 간판과 표지들도 모서리를 맞춰 깨끗하게 정렬하여 선을 보였고, 시민들의 동선인 보행도로는 걷기에 안락하도록 청결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우선 건물 앞으로 상품이 전혀 배치되지 않아 마치 싱가폴의 말끔한 거리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축소시킨 듯 시원해 보인다. 그리고 하이힐을 신는 여성이 많은 직장 주변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도블록은 평평한 화강석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다만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놀거리를 제공하는 도시 갤러리 ‘강남대로 디자인 거리’를 방문했던 주말에 디지털 포토메일이나 게임 기능까지 가능한 터치스크린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키오스크가 작동하지 않으니 광고성 공공패널의 역할만 하고 있었던 것.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디지털 기계를 직접 사용할 수 없으니 아쉬움만 남았다. 서울시는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됐고 앞으로 2012년까지 디자인 서울로서 세계인들과 호흡하게 될 터인데 당국의 좀 더 세심한 사후 관리와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세계디자인수도 선정은 디자인을 활용하여 도시민의 경제와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뛰어나게 높인 도시에게 부여되는 명예로운 지위가 아니던가. 특히 디지털 혁명을 일으킬 막대한 자본인 미디어폴의 기능이 한 방향 전시가 아닌 시민과 호흡하는 양방향 메신저로 귀중한 보물창고의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빌딩과 건축물로 꽉 막힌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에게 웃음과 편안함,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지친 마음을 질 좋은 콘텐츠로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또 무엇이겠는가. 조금씩 확장되어 가고 있는 디자인 거리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그런 콘텐츠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기자/전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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