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백령도 공기 따라잡는다

admin

발행일 2009.10.06. 00:00

수정일 2009.10.06. 00:00

조회 3,017



시민기자 박동현




서울 시내 공기가 맑고 깨끗해져 가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18년 전 기자는 직장을 얻으면서 서울에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는데, 그 당시 고속버스와 기차를 타고 서울 시내를 진입할 때면 멀미 증세가 나고 머리가 띵~하고 아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에만 들어서면 이 증세가 도졌으니 '촌놈의 서울 도착 증세'라고나 해둘까. 그런 이유로 천리길 고향 진주의 맑은 공기가 그리워 특별한 일 없이 주말마다 내려갔다오곤 했다.

그런가하면 당시 봉천동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부근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셔츠를 빨아 옥상 빨랫줄에 널어두면 셔츠가 채 마르기도 전에 검정 오염물질이 묻어 몇 번을 빨았던 기억도 난다. 가뜩이나 셔츠 한 벌로 저녁에 씻어 툴툴 털고 밤새 말려 겨우 다음날 입고 가던 처지였으니 제대로 애를 먹었던 것이다. 그런 기자를 보고 입주 선배라는 분이 껄껄 웃으며 ‘서울 생활하려면 셔츠 하나로는 힘들걸!’ 하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울의 공기가 몰라보게 맑아져 눈을 의심할 때가 종종 있다. 사무실에 앉아 일을 보다가 컴퓨터 열기에 답답할 때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 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 금새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끼게 된다. 예전엔 시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퀘퀘한 냄새가 싫어 사무실로 곧장 들어가곤 했는데 이젠 뒤바뀐 것이다.

근무지가 영등포구 선유도 부근인데 옥상에 올라가면 제법 먼 거리지만 파란 하늘 아래 손에 닿을 듯 남산과 거기 우뚝 선 타워가 선명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선유도를 잇는 선유교가 하늘과 하늘을 이어 놓은 듯 더없이 세련되어 보이고, 어둑한 늦은 오후 한강 월드컵 분수대의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부서지며 내리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눈싸라기가 흩어지는 듯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인다.

청명한 하늘 속 빌딩들이 더 솟구쳐 보이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교회탑과 대형 건물 앞에 우뚝 선 뾰족 조형물이 맑은 서울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저녁 무렵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해마저 서울 맑은 하늘을 시샘하듯 몸부림치며 얼른 지기를 싫어하는 모습으로 붉은 햇살을 내뿜고 있다. 맑은 공기 마시러 한강으로 나들이 나온 오리들이 걸친 흰셔츠는 이제 때묻지 않는다. 이 모두 서울의 맑은 하늘, 깨끗한 공기가 빚어낸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인 것이다.

얼마 전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에서 공기가 가장 맑고 깨끗한 곳은 서해 최북단 백령도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결과는 황사 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감시를 위한 전진기지로서 백령도에 대기종합측정소를 설치하고 지난해 1월부터 가동해 측정한 결과라고 한다. SO₂의 농도는 4.1ppb로 서울(5.8ppb)의 71% 수준이며,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는 각각 8%, 49% 수준이라고 한다. 대기오염을 측정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서울의 78%(서울 55.4㎍/㎥, 백령도 43.4㎍/㎥) 수준이고 PM 2.5 평균 농도는 19.0㎍/㎥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백령도의 경우야 섬이고 배출원의 영향이 거의 없는 지리적 특성 때문으로, 국내 다른 지역과 비교 시 최저 수준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령도와 천만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세계적 도시 서울과 비교한다는 것은 서울의 공기가 예전에 비할 바 없이 깨끗해졌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는 서울의 대기가 백령도를 따라잡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견하고 있는 것이라 확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친척이나 동료들이 가끔 상경할 때면 예전에는 서울 도착과 함께 '머리가 띵~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을 수 없다. 외려 서울 하늘이 시골보다 더 맑고, 서울의 숲이 시골보다 더 푸르다고 치켜세우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시골 의 작은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승용차에 각종 농기계까지 보유하고 있다 보니 대기오염으로 예전의 맑은 공기를 맛볼 수 없고, 가축들의 분 냄새에 소음까지 겹쳐 예전의 농촌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시골 사람들이 맑은 서울 공기를 마시러 상경하는 역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상상도 해본다. 아울러 깨끗해져 가는 서울의 맑은 공기 못지 않게 서울 시민 모두의 속 마음 역시 몇 갑절 더 맑고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것을 서울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자랑스럽고도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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