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환경탐사단과의 다큐 3일

admin

발행일 2009.07.29. 00:00

수정일 2009.07.29. 00:00

조회 2,241

첫날 탐사(7월 22일): 내 동네 대기와 하천 오염을 직접 알아본다

쌍문3동 주민센터 골목길을 나와 처음 있는 전봇대에 신방학중학교 3년 김민구(16) 군은 능숙하게 새끼손가락만 한 대롱을 매달았다. 김군은 길가 대기오염을 측정하기 위해 시험용 캡슐을 친구들과 주택가 등 여러 곳에 붙였다. 24시간이 지난 뒤 떼어낸 캡슐은 동네 구석구석의 대기환경 수치를 말해 줄 것이다. 이번에는 근처 우이천 하천탐사를 위해 한양아파트를 질러간다. 아파트를 거의 빠져나올 무렵 탐사를 안내하는 '도봉환경교실'의 김동현 실장(39)이 이들의 발길을 잠시 잡는다. 아파트 벽 가까이 있는 두 나무가 바깥으로 줄기를 뻗는 이유를 돌발퀴즈로 낸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알듯 모를 듯 답변이 늦자 김실장은 혼인목(婚姻木)의 예를 들어 "나무들도 뻗을 곳을 알고 '처신'한다"며 재밌게 설명해준다. 애들은 막혔던 말문이 뚫린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강북구와 도봉구의 경계를 이루는 우이천에 도착하자 강북구 쪽에서 나온 하천지킴이들이 쓰레기를 한창 줍고 있다. 학생들은 거리를 두고 두 군데서 조그만 대롱에 채수를 한다. 그리고 시험용 시약을 뿌리니 다양한 빛깔을 띤다. 평소 들었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DO(용존산소) 수치 등을 직접 빛깔로 확인한다. 1PPM은 물 가득 찬 욕조에 시약이 댓방울 섞인 농도라는 것에 학생들은 감 잡겠다는 반응이다. 그 순간 우이천 수질이 당장 정수해 먹을 정도로 깨끗한 2급수라는 사실에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하천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굳이 할 필요 없는 경험들이다.

둘째 날 탐사(7월 23일): 횡단보도 안전은 내가 지킨다

숭미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은 차량 정지선을 뚫어지게 살피면서 무언가를 기록한다. 정지선을 준수하지 않는 차량과 남녀 운전자 등을 체크했다. 한편에선 장애인을 위한 음향신호기와 점자블록 등 편의시설과 보행환경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때가 아니면 아마 학생들이 횡단보도 근처에서 오래 머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미리 써온 '정지선은 생명선이다'라는 포스터를 열심히 알리고 있었다. 장소를 이동해 쌍문역 앞 횡단보도에서는 생전 처음 스스로 안대를 끼고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보는 체험을 해봤다. 잠시 철없는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횡단보도마다 왜 교통사고 잦은 지점과 무단횡단금지 표지가 꼭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도 유심히 살폈다. 한편 '맑고푸른도봉21 실천단'에서 나온 박점옥(50), 원종례(50) 두 진행봉사자는 횡단보도 주변에서 아이들이 다칠까 노심초사 일일이 챙겨주고 있었다.

셋째 날 탐사(7월 24일): 엉터리 쓰레기 분리배출 꼼짝 마라!

환경탐사활동 마지막 날, 9시 정각 학생들은 공복에 빵과 주스를 받아들고 아파트와 일반주택을 나눠 쓰레기를 찾아 나섰다.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작업이다. 과연 쓰레기가 제대로 분리 배출되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또한 어색한 경험이지만 잘못된 쓰레기 환경의 심각성을 느끼는 시간이다. 상계고 1년인 이재학(17) 군은 한데 섞인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를 보면서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새삼 몸으로 배웠다고 한다. 형과 같이 참여한 효문중 1년 양동훈(14) 군도 직접 쓰레기봉투를 뒤지면서 제대로 분리배출하는 가정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란 눈치다. 공용봉투에 다시 쓰레기를 주워담는 것으로 3일간의 탐사여행은 모두 끝났다. 간단한 설문지와 소감문을 작성한 후 탐사대원들은 귀가를 서둘렀다. 얼굴표정엔 자원봉사를 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는 뿌듯함이 엿보인다. 또한 이제야 본격적인 여름방학을 실감한다는 순진한 모습도 감추지 않았다.

이상 3일간의 활동은 환경구라 일컫는 도봉구가 우리 고장 환경을 이해하고 미흡한 부분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청소년 환경탐사 프로그램이다. 방학을 맞아 관내 14개 동에서 3일간 동시에 실시하는 것으로 몇 개동의 봉사 현장을 살펴봤다. 시행한 지 벌써 5년 된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각 동별로 축적된 환경 통계가 도봉구의 환경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매년 참가하는 학생이 늘어날 정도로 소위 '내공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나 역시 중고생들과 똑같이 탐사에 참여했지만 그간의 평가가 가히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싶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환경 탐사 프로그램이 탄탄한 내용으로 구성됐지만 일부 학생들의 열의는 예상보다 미흡했다. 예년에 비해 전체 참여인원이 감소하고 3일간의 탐사 여정 중간에 이탈하는 학생도 더러 보였다. 3일간의 봉사시간 16시간을 굳이 모두 채워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으로 자율적인 봉사활동의 취지가 무색했다. 따라서 내용전달에 충실해야 할 진행지도자들도 흐트러진 분위기를 잡느라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여기서 한가지 교훈을 새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유익할지라도 자원봉사에 대한 가정과 학교의 형식적인 참여가 존재하는 한 언젠가 외면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청소년 자원봉사가 시간을 떼우는 형식으로 흐르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애당초 내 고장 환경탐사가 의도했던 환경보전 실천운동이 깊이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다운 환경은 오늘과 미래를 위한 간단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시민기자/이혁진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