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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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10.23. 00:00
시민기자 박동현 | |
내가 왜 여기 왔느냐고 물으면 ‘억새가 있어 왔노라’ 벌써 두어 달 전부터 교회학교 어린 학생들의 가을 수련회 장소로 하늘공원을 택해 선발대로 아침에 먼저 방문했다. 지난해에도 초등학교 학생 100여명을 데리고 하늘공원을 방문했었다. 그 때는 억새풀이 채 자라지도 앉은 여름이었던지라 뜨거운 햇살에 얼굴만 태우고 공원을 내려와야 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번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늘공원을 찾았는데 억새축제 기간이라 모두가 신나하고 좋아했다. 월드컵공원 정상 광활한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비단결 같은 억새풀 장관에 아이들과 교사들 모두는 경이로움에 흠뻑 젖어들기에 충분했다. 공원 정상을 온통 뒤덮고 있는 억새풀은 햇살의 강약과 그 방향에 따라 눈부신 흰색을 이루기도 하고, 아름다운 잿빛을 띠기도 하고 보랏빛에서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신비감마저 들게 했다. 자연그대로 또 더러는 공을 들여 잘 가꾸어 토실토실함마저 느끼게 했다. 아침에는 억새풀만으로도, 한낮에는 구경나온 울긋불긋 시민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듯 했다. 관람객들과 조화를 이루며 미풍 따라 너울너울 춤추는 억새풀을 보고 있노라면 금세 마음이 평안해지기도 했다. 억새풀 속에 파묻혀 있는 순간만큼은 모든 세상만사 다 잊고 포근함과 아늑함에 빠져들어 마냥 드러눕고 싶은 엄마의 품을 느끼게 했다. 그 속에서 가족과 연인, 동료, 축제를 즐기는 모든 시민들의 모습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아이들이 정성들여 가족신문을 만들고, 편지쓰기를 하고, 억새풀 체험행사를 갖는 동심을 곁눈으로 들여다보며, 억새풀 모두도 자기들이 거기 서있는 이유를 깨달으며, 흡족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곳을 찾은 모두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고 서로들 몸이 부대끼어도 싸우지도 않고, 오로지 은근과 끈끈함 속에서 부부처럼 손 꼭 잡고 백년가약하며 서있는 모습이 어쩌면 ‘너희도 우리를 배우고 닮아라.’ 하는 듯이 일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월드컵공원의 백미! 억새풀 하늘공원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시민의 안식처요 휴식처로, 생생한 교육의 장으로 우뚝 서 자리매김해가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이곳이 예전 퀘퀘한 냄새풍기는 쓰레기 매립장이었음을 잊게 했다. 아이들은 지쳐도 마냥 신나하는 억새풀 하늘공원을 뒤로하면서 그 넓고 아름다운 공원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하필이면 거기 서있는 이유를 억새들이 귓속말로 일러주는 듯 했다. 넘실넘실 춤추며 황혼빛에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한 억새풀은 ‘내년에도 잊지 말고 또 이곳 하늘공원을 와야 한다’고 우리 모두에게 은근히 눈짓하는 듯 했다. 모두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모두를 배웅해주었다. 길게 늘어져 머리 숙여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곧 다시 하늘에 맞닿아 하늘과 이야기 하는 하늘공원 억새풀을 찾고 싶다. 짙어가는 가을 황혼의 멋진 추억을 또다시 만들고 싶다. 그곳이 바로 그리움 가득한 천국이 아니었나 싶다. 서울을 사랑하는 시민 모두에게 이 가을에 찾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속삭여주고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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