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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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9.20. 00:00
시민기자 김영숙 | |
서울에 ‘피아노거리’가 생겼다는 소식은 진작부터 들었지만 직접 찾아가 보기는 최근에서이다. 오전 한 차례 비가 흩뿌리고 지나간 뒤 초추(初秋)의 하늘이 더없이 맑고 깨끗해진 지난 토요일 오후, 청계천변을 따라 걷던 중이었다. 청계천의 물빛과 물소리조차 한층 맑고 투명해진 날이었다. 모전교에서 시작해 광교를 지나 장통교로 향하던 중 시장기가 느껴져 들른 곳이 음식점이 많이 몰려있는 종로 쪽 골목이다.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는 음식점 간판들 속에서 마땅한 집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도로 위에 길게 줄지어 선 거대한 피아노 건반이 나타났다. 마치 동화 속 거인(巨人)이 연주하는 피아노인 듯 큼직큼직한 검은 건반과 흰 건반들이 길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것은 상징성을 지닌 예술작품이었다. 그 피아노 건반들은 밟고 다녀도 무방하도록 돼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아 건반 위에서 깡충깡충 뛰며 피아노를 치는 기분을 내기도 한다. 손가락 대신 온 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기분으로, 벤치처럼 피아노 건반 위에 걸터앉아 잠깐 휴식을 취해도 좋다. ‘피아노 거리’는 종로와 청계천을 이어주는 통로다. 이 일대는 서울의 도심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라서 늘 활기차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과 카페들이 경쟁하듯 늘어서 있고, 외국어학원도 많다. ‘피아노 거리’에서 파스타 전문점을 하는 한 젊은 주인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남녀 주인공이 이 거리를 배경으로 멋진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나온 뒤 한층 유명세를 타게 됐다고 한다. ‘피아노 거리’에는 청계천을 배경으로 간이 무대도 설치되어 있다. 주말이나 특별한 날에는 이 간이무대에서 공연 이벤트가 펼쳐진다. 또 연말연시엔 루미나리에를 설치해 화려한 ‘빛의 거리’로 바뀐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거리 한복판에서 색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 ‘피아노 거리’. ‘피아노 거리’를 처음 걸으면서 이처럼 재미있는 대형 조형물을 길 위에 설치할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면서 한편으로 ‘엘리제를 위하여’ ‘유머레스크’ 같은 우리 귀에 익은 피아노 소품들, 계절에 맞는 우리 가곡이 거리에 은은히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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