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자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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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9.08. 00:00

수정일 2006.09.08. 00:00

조회 1,620



시민기자 이승철

보통사람들은 대개 평범한 삶을 살다가 평범한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삶과 죽음도 있다. 의로운 삶이 있는가하면 불의한 삶이 있고, 의로운 죽음이 있는가하면 불의한 죽음도 있다.

연일 보도되는 보도매체들의 내용 중에는 불의한 것들에 대한 보도가 상당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바다이야기가 그렇고 거기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탈세와 부정부패, 사기와 살인, 절도, 폭력도 다 부정한 것들이고 그런 삶도 불의한 삶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름다운 일을 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언론의 속성상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부정하고 나쁜 이야기들이 많이 보도되기 때문에 세상이 온통 불의하고 부정한 것들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사회와 남을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하고 또 이렇게 지탱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바로 사회를 든든히 받쳐주고 지탱케 해주는 기둥이요 대들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죽은 사람을 ‘의사자’라고 부른다.

엊그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를 나가다가 길가에 서 있는 ‘의사자 추모비’를 발견하였다. 의사자는 성폭력을 당하는 한 여성을 구하려다가 희생당한 고 최성규씨의 추모비였다.

<고 최성규 의인 추모비 >
(1964년 12월 23일생)
"한 여름 이글대는 아스팔트 위에 한 줄기 소나기가 되셨습니다."
"성폭력의 현실에서 그대의 희생정신은 고귀한 것이었습니다."
"의인 최성규 그대는 이 시대 모두의 진정한 이웃이었습니다."

추모비의 내용이다. 1996년 8월10일, 한 포악한 성폭력범에게서 위기상황에 처한 여성을 구하다가 희생당한 30대 초반의 의로운 청년 최성규씨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이제 10년이 조금 지난 사건이지만 그의 의로운 죽음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의(義)는 사람이 행하여야할 바른 도리. 보통보다 뛰어난 옳은 행위를 말한다. 추모비의 당사자인 의인 최성규씨는 성폭력 위기에 처한 한 여성을 발견하자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 여성을 구하다가 희생당한 것이다. 바로 이런 행동이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도리일 것이다.

어찌 최성규씨 뿐이겠는가. 이름 없이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숨어서 의로운 일을 행하는 이 땅의 수많은 의로운 사람들이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어둠을 밝히고 더러움을 씻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의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되고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세운 고 최성규씨의 추모비가 오늘도 이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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