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박물관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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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8.30. 00:00
시민기자 노진헌 | |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덕수궁을 끼고 도는 정동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도심속 우거진 나무 그늘 사이를 지나 정동극장, 옛 러시아공사관, 성공회성당, 정동교회 등 옛정취가 묻어나는 이 거리에는 분명 독특한 향취가 있다. 그간 정동길을 거닐면서 몇 번 보기만 하고 지나쳤던 이화박물관을 다녀왔다. 개교 12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이 곳은 이화여고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심슨홀을 개조해 만들었다. 심슨홀이 1915년에 준공이 됐으니 90년이 넘은 곳인데, 깨끗이 정돈된 박물관 내부에 오래된 정취가 더해져 느낌이 색달랐다. 박물관은 3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뮤지엄샵과 정보센터, 2층은 상설전시관, 3층은 기증유물전시관이다. 1층에 들어서면 유관순 교실이 눈에 들어온다. 유관순 열사는 1918년 이화학당 고등과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3.1운동이 일어나면서 졸업을 하지 못한 채 옥사했다. 유관순 교실은 열사가 공부했던 1910년대 교실을 재현하고 있는데, 나무 의자와 책상, 칠판, 마룻바닥을 보며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교실에서는 관련 비디오를 보여주기도 하고, 아이들은 옛날의 교실을 신기하게 둘러보기도 한다. 한쪽 편에 있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아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다. 교실을 나와 옆에 있는 정보센터로 발길을 옮기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있고, 휴게시설도 마련돼 있어 햇살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기 좋다. 계단 복도에는 이화여고의 역사와 관련된 사진들이 걸려있다. 2층은 이화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 연혁, 사진자료 등이 있다. 교복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마네킹에 1886년부터 현재까지의 변한 교복을 입혀 놓았는데, 그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전시실 한 가운데는 오래된 그랜드 피아노와 풍금이 있어 눈길이 간다. 어릴 적 음악시간이면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추어 반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던 기억도 떠오른다. 한번 페달을 굴러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지나쳤다. 3층에 올라가면 골무, 종, 떨잠 등 박물관에 기증한 물품들이 기증자 이름과 함께 전시돼 있다. 이화박물관은 그리 넓지 않지만 여성 교육의 발자취를 정리한 유물들을 보면서 암담했던 우리 역사 속에서 희망을 일구어냈던 이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정동길을 지나게 되면 이 곳도 한 번 들러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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