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장(尋牛莊)

admin

발행일 2006.08.23. 00:00

수정일 2006.08.23. 00:00

조회 2,119



시민기자 최근모

심우장 편액, 심우장 전경(왼쪽부터)

만해 한용운 선생님께서 말년에 머무시던 심우장(尋牛莊)에 다녀왔습니다. 독립 운동가이시자, 승려이며 또한 《님의 침묵》을 쓰신 시인이셨지요.

심우장은 특이하게도 남향이 아니라 북향으로 지어졌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집이란 사는 사람이 더 편하고 더 수월하게 지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곳은 햇볕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북향으로 지어졌습니다. 한용운 선생님께서 조선총독부가 바라보이는 남쪽을 향해 눈길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우장이 위치한 지대를 보니 제법 높은 산비탈 이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의 높은 집들이 없었을 테니 경복궁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조선총독부가 바로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애써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북향을 고집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여서 그런지 날씨도 시원하고 하늘에 떠 있는 새하얀 구름이 너무 쾌청하더군요. 심우장을 가리키는 푯말을 따라 골목길을 올라갔습니다. 방문객을 위해 문이 활짝 열려 있더군요. 안으로 들어서자 견학 온 학생들과 안내하시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마당 한 편에 세월의 테를 고스란히 간직한 향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용운 선생님께서 직접 심은 거라니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심우장은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한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작은 서재와 부엌으로 되어있는 이곳은 뭐랄까요. 너무 소박하고 검소해서 아주 작아 보입니다. 아담한 마루에 앉아 심우장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선생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느껴지더군요.

그 분의 이름에 합당한 크고 뭔가 눈부신 것을 상상하고 간 제 마음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수 없는 고초를 겪으시고 말년에 기거하실 곳조차 없어서 지인의 배려로 심우장에 머무셨던 선생님. 한 생을 종교인으로써나 독립운동가로써나 그리고 《님의 침묵》 같은 눈부신 작품들을 남기셨던 분이시지만 생활은 너무나 검소하고 청빈하셨습니다.

심우장에 실제로 가보시면 크게 볼 것은 없습니다. 정면4칸의 아주 작은 한옥 한 채에 작은 방과 더 작은 부엌 정도니까요. 그러나 거기서 우리는 볼거리 보다는 더 큰 것을 얻게 됩니다. 그 분의 일대기를 굳이 읽지 않아도 툇마루에 앉아 조용히 마음을 열면 느껴지실 겁니다. 단출하고 작은 것에서 느껴지는 선생님의 검소함을 말입니다.

오도송(悟道頌), 서재로 쓰였던 방(왼쪽부터)

심우장이라는 편액이 서재로 쓰였던 방에 걸려 있고 가운데 방에는 선생님과 관련된 글과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창틀에 걸린 오도송(悟道頌)이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1917년 12월 3일 설악산 오세암에서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한 선생님의 친필서각이라고 하네요. 오세암이라면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나왔던 그 암자군요.

심우장이란 이름은 불교의 선종에서 나온 말입니다. 심우(尋牛)란 마음속에 있는 소를 찾는다는 뜻으로 진리를 구하는 수도자에 과정을 그려 놓은 십우도의 한 장면입니다.

2시에 문화유산해설사가 오셔서 자세한 설명도 듣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심우장의 본 뜻대로 내 안의 것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툇마루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으니 무척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입구역(6번 출구) 에서 1111, 2112번 버스로 환승.
동방대학 대학원에서 하차 후, 전방으로 찻길을 따라 올라가면 건너편 길가에 심우장 푯말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비탈진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올라 가면 된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