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꽃밭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7.04. 00:00

수정일 2006.07.04. 00:00

조회 1,366

우리 동네 꽃밭

시민기자 이승철

할머니의 꽃

무더운 장마철이라 요즘은 집 근처의 공원에 산책을 나가는 것도 뜸한 편이다. 조금만 움직이면 온몸에 땀이 흐르고 끈적끈적 하여 기분도 불쾌하여 진다.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모처럼 집 뒷동산인 강북구 오동공원에 나가보았다. 더위 때문인지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공원 정자에 노인들 몇이 앉아 장기를 두는 모습만 한가롭다, 공원길을 걷다가 산동네 마을 안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낮은 담장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 모습이 보인다. 꽃이었다. 연립주택 바깥쪽이 꽃밭이었는데 마침 안으로 드나들 수 있는 쪽문이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넓은 꽃밭이다.

꽃밭에는 갖가지 꽃들이 예쁜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듯 다투어 피어나고 있었다. 그 꽃들 중에서 줄기가 크게 자란 꽃나무 한 그루가 중간 중간에 예쁜 꽃을 피운 채 담장 밖을 넘겨다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 꽃이었다.

담장에는 호박과 오이넝쿨이 자라고 있을 뿐 밭은 온통 꽃밭이었다. 마침 꽃밭에 나온 할머니가 있었다. 이런 밭이면 상추나 고추를 심어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꽃밭으로만 가꾸었느냐고 물어 보았다.

“채소를 심으면 그냥 먹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꽃밭을 만들어 놓으니까
이웃들과 지나던 사람들도 다 좋아하잖아요?”

나이 들어 얼굴이 쪼글쪼글한 할머니의 대답이 나를 놀라게 한다. 산동네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가난한 노인의 마음이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할 수가 있다니.

사람들은 대개 꽃을 좋아한다. 그러나 채소를 심을 수 있는 밭에 꽃밭을 만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집안의 화분에까지 채소를 심는 사람들도 많은데 텃밭에 채소를 심지 않고 꽃을 가꾼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꽃을 사랑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모처럼 산책길에 나섰던 내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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