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에 오르다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5.16. 00:00

수정일 2006.05.16. 00:00

조회 1,650



시민기자 최근모

인왕산 정상에서 본 서울시내

파란 하늘에 떠가는 새하얀 구름을 보고 있자니 집에만 있는 것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계는 12시를 넘기고 있더군요. 가깝기로 치면 북한산이 바로 코앞이지만 등산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네요.

그때 인왕산 생각이 났습니다. 북한산에 비하면 두세 배 낮은 산이지만 산세는 북한산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듯 많이 닮아있지요. 기암괴석과 산 정상에서 보는 서울 도심의 모습은 남산이나 관악산에서 느끼지 못하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구기터널을 지나 부암동 동사무소 앞에 내렸습니다. 오후가 다 되는 시간에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어느 코스든 등산과 하산을 다 더해도 두 시간이면 넉넉하니까요.

그렇다고 작은 동산이나 낮은 둔덕을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산을 옮겨놓은 산세라 할 만큼 거대한 바위산이니까요. 정상에 서면 제법 아찔합니다.

부암동 동사무소 사이로 난 길을 오르다 보면 집들 사이로 빈 공터가 나옵니다. 표지석에는 현진건의 집터로 나와 있는데 건물은 이미 사라졌고 그저 표지석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 가파른 아스팔트길 끝자락부터 인왕산의 본격적인 등산길이 시작됩니다. 초입에 자리 잡은 약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시간이 짧은 만큼 길은 상당히 가파르더군요.

인왕산에 오르는 길

정상에 오르니 앞서 가던 등산객 한 분이 동료에게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저도 귀동냥으로 한 소리 들어보았습니다. 제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이 기차바위라고 하더군요. 그 기차바위 위에서 로프를 잡고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이렇게 가깝게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게 인왕산의 매력이 일 듯합니다.

다시 능선을 타고 인왕산의 정상이라고 하는 치마바위 쪽으로 향했습니다. 바위를 뚫고 나온 소나무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곧게 뻗은 왜송과는 틀리게 구불구불 휘어져 있는 한국 전통의 소나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치마바위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눈을 의심할 정도로 거대한 암벽을 보고 잠시 감격에 잠기게 되더군요.

북한산 백운대에서 보았던 거대한 암벽들. 거기에 견줄 만 했습니다. 치마바위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뒤쪽으로는 안산을 품은 무악재와 홍제동이 보이고 앞쪽으로는 남산타워와 경복궁이 보이더군요.

늘 그 안에서 구경만 했지 이렇게 높은 곳에서 경복궁 전각들의 윤곽을 한눈에 보게 되니 눈이 다 즐겁더군요. 재미있었습니다. 자주 가던 종로와 서울 도심의 윤곽을 손에 닿을 듯 세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산에서 맛볼 수 없는 인왕산만의 장점인 거 같습니다.

산 정상에 있는 성곽

다시 하산을 하는 길. 더 귀중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왕산 성벽을 보게 된 것입니다. 세월의 나이테가 돌 하나하나에 묻어있더군요. 하산길에서 만난 만수천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사직공원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얼마 전, 정독도서관에 갔을 때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가 외부에 설치된 것을 보게 된 적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설치물 뒤로 보이는 인왕산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봐도 그림과 실물의 윤곽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에서 좀 더 자료를 찾아보니 청와대 뒤편에 자리 잡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하여 낙산을 좌청룡으로 하고 오른편의 인왕산을 우백호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시대 이곳에 호랑이들이 많이 출몰했다고 하네요. 지금이야 당연히 없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광화문에서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라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왕산을 등산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등산을 하느냐는 의문을 갖으신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일단 한국프레스 센터나 교보문고 옆에서 옥인동행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갑니다. 한 십 분 정도 걸립니다. 종점인 옥인동 아파트에서 내려 여기서부터 인왕산을 보고 계속 위로 올라갑니다.

오 분도 채 안 되어서 산속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중간에 약수터도 보이고 서울의 멋진 광경도 올라가는 내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도심에서 순식간에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있는 착각을 느끼게 됩니다.

대략 보통 걸음으로 옥인동 아파트에서 정상에 도달하는데 35분 정도 걸립니다. 점심시간을 아껴 다녀올만한 등산코스입니다.

주말에도 너무 힘들거나 장시간의 등산을 피하면서도 충분한 등산효과를 보고 싶다면 인왕산을 추천합니다. 입산료는 없으며 월요일은 자연보호를 위해 입산을 제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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