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이 말하는 꿈과 희망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영옥

발행일 2011.01.17. 00:00

수정일 2011.01.17. 00:00

조회 2,199

오세훈 서울시장의 열두 번째 서울시민과의 현장 대화가 지난 1월 14일 서울시립 영등포 보현의 집에서 있었다. 노숙인들과 쉼터 종사자들, 노숙인 사회적 기업 관련 직원과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노숙인들이 말하는 희망과 꿈’ 100분간의 현장 대화에서 노숙인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다양한 애로사항을 전했다.

현장 대화에 앞서 오세훈 시장은 “불편했던 점, 고칠 점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왔다” 며 “이 자리에 관련 공무원도 참석했으니 여러분의 목소리를 다 듣고 있고 참고할 것이다”고 밝혔다.

영상을 통해 서울시는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숙인 쉼터 40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활을 돕기 위한 일자리 지원 사업, 노숙인 의료지원 서비스, 노숙인들에게 정신적 도움을 주고 있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 운영 등 주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숙인들의 건의 사항은 지속적인 일자리 기회 제공과 공공근로 등 일을 하면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이 상향 조정됐으면 한다는 내용으로 압축됐다.

10개월째 노숙인 쉼터 생활을 한다는 김모씨는 “공공근로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을 했는데 연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가점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안타깝다” 며 “또 공공근로 등은 3개월 이내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 일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희망플러스통장과 적금 등을 들어도 중간에 불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며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보현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 노모씨는 공공근로 일을 하고 받는 임금이 너무 낮다며 현실적인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차를 타고 가야하는 공공근로의 경우 하루 식비와 차비로 3천원이 지급되었는데 차비를 빼고 나면 김밥 한 줄도 사 먹을 수 없다” 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또한 “근거리 배치로 이동 비용을 줄이고, 담당 직원이 현장에 와 살펴보고 힘든 일과 수월한 일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24시 게스트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모씨는 “쉼터에 입소하면 먹고 자는데 부족함은 없지만 입소자의 20~30%만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 자활하려해도 할 수 없다” 며 “일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금전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으니 많은 일자리를 부여해 달라” 고 당부했다. 아울러 거리의 노숙인들이 쉼터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와 지속적인 활동도 부탁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시장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은 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여러분에게 적정한 임금과 충분한 일자리 제공을 위해 시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쉼터 홍보에 대해선 “거리 순회 상담반 등이 거리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매일 1:1 밀착상담을 하며 병원입원이나 쉼터로의 입소를 적극 유도하는 등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청량리가나쉼터에서 참석한 노숙인은 “2009년 인문학 강의를 듣고 2010년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하게 되었다”며 희망의 인문학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또 “인문학과정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바라며 이 과정을 이수하는 노숙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세 번이나 희망의 인문학을 수강했다는 노숙인은 “과연 얼마나 실질적으로 희망과 꿈을 주었느냐?” 는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 2010 희망의 인문학에는 2,020명 입학에 75%인 1,515명이 수료한 바 있고 그 중 50명만이라도 자립의지를 키우고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노숙인들은 쉼터 생활에서 몸과 정신이 건강해져 자립할 수 있도록 ‘주거 지원’ 에 대한 지원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좀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낸 오 시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임시주거지원사업과 국토해양부나 LH공사 등에서 아주 싼 보증금에 쪽방을 임대해 주는 사업인 매입임대사업이 있지만 물량이 부족할 것이다”라고 설명한 후 “하지만 무한히, 무작정 혜택을 늘려가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좀 더 연구해서 재원을 마련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또한 현장대화에서는 노숙인들의 명의도용 문제 해결, 모자쉼터 등 특수상황에 따른 주거지원,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예산 삭감 완화, 쉼터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인권위와 명의 도용 예방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일의 집(모자쉼터)의 특수상황을 감안해 공간지원을 검토할 것이다” 며 사회적 기업의 예산삭감과 관련해서는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므로 자력갱생하는 것이 원칙에 맞는다. 하지만 워낙 어려움 속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 자립할 때까지는 지원이 줄긴 하겠지만 혜택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 노숙인들의 건의사항이 쏟아졌고 오세훈 시장이 그에 일일이 답변하는 사이 1시간 40분이 빠르게 흘렀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가감없이 오고간 뜻 깊은 시간이었다.

#오세훈시장 #노숙인대화 #쉼터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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