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요. 싫어요." 꾀꼬리 같은 목소리들

시민기자 이은자

발행일 2010.12.22. 00:00

수정일 2010.12.22. 00:00

조회 2,436

“자, 지금부터 산타할아버지가 아카펠라를 할 텐데, 아카펠라가 무엇인지 알아요? 아카펠라는 악기 반주 없이 합창을 하는 거예요. 여러분과 같이 해볼 건데 좋아요?"
“네, 좋아요.”
“가장 기초가 되는 낮은 음의 베이스를 산타할아버지가 먼저 해볼게요. 뚬 뚬 뚬바 뚬바......”

12월 21일 오전 11시, 아마추어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어린이범죄예방 아카펠라 뮤지컬 '안전한 나라에서 꿈꾸는 아이들(이하 안나꿈)'이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의 공연장 아트홀봄에서 공연됐다. 시작부터 유치부 관객들을 사로잡고 마는 뮤지컬 '안나꿈', 아이들은 금세 분위기를 끌고 가는 일등 관객이 되었다.

'안나꿈'은 급증하는 어린이 대상 범죄를 예방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동요와 아카펠라가 어우러지는 뮤지컬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기획하고 제작한 창작 뮤지컬인데, 강의식 교육으로 전달이 쉽지 않은 10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으로 눈길을 끌어왔다. 현실적으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재연하여 아이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뮤지컬 공연을 통해서 스스로 체득할 수 있게 한다.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안나는 맛있는 사탕을 사줄 테니 따라오라는 모르는 아저씨의 말을 거절했는데, 친구가 그 사탕이 얼마나 맛있는 줄 아냐며,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사탕을 같이 나눠먹게 갔다 오라고 한다. 안나가 몇 차례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갈등하고 있을 때 관중석 꼬마들은 나쁜 아저씨니까 따라가지 말라고 거의 절규에 가깝게 소리 지른다. 그래도 안나는 나쁜 아저씨의 꾐에 넘어가고 말았다.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우니까 다른 아이들도 따라 울었다. 안나엄마가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범인을 찾기 위해 무대에서 관중석으로 내려와 찾고 다닐 때나 도망가는 범인을 붙잡을 때는 모두 일어나 마치 실제상황인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몸과 마음을 함께 했다.

'안나꿈'은 기존의 딱딱한 아동범죄예방 교육과는 달리, 이렇게 출연자들의 아카펠라 공연과 어린이 관람객들의 자연스러운 참여와 체험으로,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범죄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뮤지컬 공연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유치부 아이들의 아카펠라는 “안돼요. 싫어요.”였다. “안돼요. 싫어요.” “안돼요. 싫어요.” “안돼요. 싫어요.”……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 좋은 곳에 앉아 사진도 찍고 개구쟁이짓도 했다. 깔깔깔 웃음소리 가득했다. “돼요, 좋아요”가 요원하기만 한 세태가 참 안타깝고 아프다.

기사가 도움이 되셨나요?
하이서울뉴스는 독자를 만족시키는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26일까지 만족도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잠시 짬을 내어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