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

시민기자 이상무

발행일 2010.10.07. 00:00

수정일 2015.12.18. 15:28

조회 3,061


지난 9월 10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11회 사회복지의 날에 서울시 복지상 시상식이 있었다. 그날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김용순 씨를 그가 근무하는 개봉노인대학으로 찾아가 만나보았다. 그는 33년간 남모르게 복지관에 매월 20~30만원씩 후원하고 있었으며, 다문화를 교육하고 동요와 동시를 어린이에게 가르치는 한편 웃음 치료사로서 활동하는 등 하루 일정을 온전히 봉사활동으로 채우고 있었다.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개봉노인대학에서는 웃음치료사 김용순 강사가 웃음체조를 한다. "하하하, 헤헤헤, 호호호, 후후후, 허허허!”하면서 김강사의 지도에 따라 모두들 소리 내면서 웃는다. 최불암씨 웃음소리를 내라고 하니 입만 "파하~" 벌리면서 소리 내지 않고 웃는 최불암씨 특유의 웃음을 흉내 낸다. 그것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말이다. 당연히 모두 배꼽을 잡는다. 김강사는 2004년 38년간 근무한 교사에서 퇴직한 후에도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해 웃음치료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6.25때 전주와 익산 사이에 있는 삼례읍에서 5남매가 자랐다. 부모님은 당시 장사가 잘 되던 고무신가게를 하였는데 6.25때 폭격을 맞아 돌아가시는 바람에 5남매가 졸지에 고아가 되어 오빠 둘은 서울에 올라가 신문팔이와 구두 닦기로 고학을 하고 세 자매는 삼례 변두리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1957년까지 살았다.

“당시 배고팠던 것밖에 생각나는 게 없어요. 오빠가 부쳐준 우편환 송금으로 겨우겨우 살았어요. 당시엔 모두 어려웠지만 어린 동생 둘과 함께 들과 산으로 다니며 산나물을 캐서 죽을 쑤어 먹고 살았어요.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었어요.”



“복지관 이경화관장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어요.”

1957년 여름 장마로 인해 오빠가 신문팔이와 구두닦기가 안 돼 동생 세 명에게 생활비를 보내지 못하게 되자 큰오빠가 무작정 파출소에 가서 “내 동생들을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에 이르렀다. 파출소에서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니다’라고 실랑이하던 것을 마침 와있던 조선일보 기자가 보고 사정을 알게 되어 '휴지통' 난에 기사가 나갔는데, 이 기사를 고 이경화 관장이 보고 세 자매를 복지관으로 데려갔다. 세 자매는 57년부터 63년까지 7년 간 한창 자랄 나이에 훌륭한 인생 멘토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김용순 강사는 신광 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4년에 서울교대에 입학하여 66년에 어려서부터 간절히 원하던 교사가 됐다.

“친어머니가 살아계신다고 생각하며 매월 30만원씩을 갖다드렸어요. 처음에는 세 자매와 함께 염출하여 드렸는데 나중에는 다른 자매들은 형편이 안 돼 혼자 계속 드렸어요. 지금도 복지관에 드리고 있어요.”

복지관은 용산구 청암동에 있던 언더우드절재소녀관이었으나 구로구 천왕동으로 옮겨 연세사회복지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만 3세 이상 18세 이하의 여자 아동들을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현재는 40여 명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저의 좌우명은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라’입니다. 배움에 대한 애착이 많아 책을 살 수 없어 틈나는 대로 남의 책을 많이 빌려봤어요. 친어머니는 무학이었으나 자식들에게 늘 공부해야 된다고 강조하셨어요.”



5남매 모두 고학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형제 중에는 현재 신문사 논설위원과 교수도 있다고 한다. 남편은 회사원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 한 후 옆에서 늘 도와주고 있고, 장남은 현재 대학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차남은 와세다대학교 로봇공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고 한다.

153cm의 키의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항상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웃음치료사 1급ㆍ치료 리크리에이션 1급ㆍ요양보호사 1급ㆍ사회복지사 2급 등 퇴직 후 취득한 자격증 6가지 모두가 봉사에 관련된 자격증이다.

웃음에 대한 그의 금쪽 같은 명언들을 여기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는 유아기에는 하루 평균 400번 정도 웃지만 어른이 되면 그 횟수가 하루 평균 6회로 감소한다고 한다. 신나게 한 번 웃는 것은 에어로빅과 같은 유산소운동을 한 것처럼 에너지 소모가 크다고 한다. 앞으로도 웃음 치료를 계속 할 것이라는 그가 해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 웃음이야말로 만능 치료제다. 웃음도 연습하고 배워야 한다. 얼굴이 웃으면 마음도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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