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노인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시민기자 조희상

발행일 2010.09.20. 00:00

수정일 2010.09.20. 00:00

조회 4,182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여는 어르신의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발맞추어 서울시에서도 ‘9988 어르신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활력 있는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것은 모범이 되고 보람된 일이라고 하겠다. 그 중에서도 일자리박람회는 서울시가 2003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실시하는 중요한 행사다.

기자는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실버들의 구직현황을 살펴보고자 지난 9월 16일 일자리박람회장을 방문하였다. 그동안 일자리박람회는 구직자별·직종별로 나눠 운영됐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서울시 주최의 각종 일자리박람회가 하나로 통합됐는데 그게 바로 ‘2010 서울일자리박람회’다. 대신 구직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운영기간을 청·장년과 여성·어르신 대상으로 나눴는데 여성·어르신 취업박람회 날인 하루를 택하여 찾아간 것이다.

이번 ‘2010 일자리박람회’는 한눈에 보아도 규모나 진행과정에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보였다. 이력서를 준비해오지 못한 구직자들에게 이력서대필, 즉석 증명사진 무료촬영, 복사 등 행정지원도 원활하였다. 고령구직자들의 편의와 복지를 위하여 직업체험관, 건강 나이 측정관, 이미지 메이킹관, 중앙무대와 영상장비 설치, 마사지 서비스관도 운영하고 있었다. 고령구직자들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여 흐뭇했다. 고령화사회를 맞아 바람직한 일이었다.


일자리박람회에서는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먼저, ‘채용관’에서는 현장면접을 볼 수 있었다. 또 ‘취업정보관’에서는 직업심리상담이나 봉사, 공모전 정보, 채용설명회와 취업세미나 등의 자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교육정보관’, ‘창업정보관’에서는 무료직업교육과 직업전문학교, 창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모의면접과 영어면접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점검받을 수 있는 ‘컨설팅관’, 취업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고민상담관’ 등도 구직자들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었다.

공공부문인 교통 서포터즈, 지하철 안전 도우미, 주차관리인 부스에서 구직희망 어른들이 많이 모인 현상이 보였다. 하지만 이 부스에 모인 노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면접도 하지 않고 서류만 받고 서류심사 후 연락을 주겠다는 현장 자원봉사자들의 말로 대신하는 점과, 나이를 65세 이하로 제한하는 것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랑구에서 왔다는 김효균(가명, 71세) 씨는 주차관리인을 65세로 제한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불법주정차 단속이 주 업무인 교통 서포터즈까지 65세까지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익명을 요구하며 불만을 털어놨다.

경노동(經勞動) 직종은 건강에 이상만 없으면 나이 제한 없이 채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를 바로 앞에 두고 가정으로부터 소외되는 노인층을 위하여 배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 벽에 붙은 모집광고를 보면 대부분이 지원가능연령을 65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었다. 65세 초과연령층을 받아주는 직종은 지하철 안전 도우미, 지하철 택배원 정도였다.


현장에서 만난 이계헌 서울시 일자리취업 담당관은 일자리박람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최측과 채용업체들과의 유대를 강화하여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고 말하였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하여 박람회장을 왔다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기분으로 가시는 어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이런 설명을 하며 노인의 취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인고용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학동리에 본사를 둔 (주)대흥제과제빵기계업체를 기자에게 소개하여 주기도 하였다.

일자리 박람회는 일자리 구함의 광장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장이기도 하였다. 강서구 방화3동에 있는 길꽃도서관에서는 짚으로 만든 코끼리, 곰, 삼태기, 짚모자, 악어 모양 등을 만드는 짚 공예품을 직접 수작업으로 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옛것을 아는 교육적인 면을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방화동에서 사는 권명옥(78) 옹은 힘주어 말하였다. 정정한 어르신의 활기찬 말씀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가 방문한 시간 동안에는 박람회장에 왔다가 일자리를 자신 있게 구하고 돌아가는 노인들은 별로 볼 수 없었다. 대신 수심에 찬 얼굴로 돌아가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노인취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 시대에 부응하여 나이제한을 완화하고 노년층들이 선호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많이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함이 절실히 요구된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