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인과 저소득층 시민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 준다는 '2010 희망의 인문학'의 첫 강의에 참석했다. 3월 29일 오후 5시, 서울동작지역 자활센터 3층 강당에서 강의를 맡은 이명훈(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연륜이 많으신 분들에겐 풍부한 경험을 듣고 공부한 내용을 여러분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반갑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오늘 교육에 참가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미진 씨는 왜 이름을 미진이라고 했을까요?" "네. 아름다울 미(美). 베풀 진(陳). 이쁘고 아름답게 베풀며 살아가라고 지었답니다." 교육생이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풀이해 나갈 땐 웃음도 간간히 터져 나왔고,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는 반전돼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의 교육생들은 이곳 자활센터에서 근무하시는 저소득층 남녀 21명과 사무소에서 추천해서 오신 9명을 포함해 총 3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중 병원에 입원하신 분들을 뺀 25명이 출석했다. 
"이곳이 서울의 동작구지요?" "네. 동작구입니다." "그럼 왜 동작구라 불렀을까요?" 한참동안 침묵이 흐르고 대답이 없다. "혹시 등재기란 말 들어 보셨나요?" "아, 등재기요! 그 등재기, 등재기 나루 말씀하시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그 등재기 나루에서 유래가 되어 이 지역을 동작구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이 옆에 래미안 아파트 보이시죠? 네. 서울의 아파트를 보면 여러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많은 이름들 중에 왜 래미안이라고 지었을까요?" "부르기 쉬워서요." "보기 좋아서요." "옆동네서 쓰니깐요!" "네. 많은 의견들이 나오는군요. 래미안이란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오는 집을 말합니다." "아, 그렇구나." 뜬금없는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고전을 왜 고전이라 부를까요?" "오래 된 전기요!" '하하하하. 크크크크.' 일순간 강당은 웃음 바다가 돼버렸고, 무거웠던 하나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네. 고전이란 말 자체로 그렇게도 표현이 될 수 있겠습니다(웃음).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을 고전이라 한답니다.
"그럼, 철학 하면 떠오르는 말 있습니까?" 이번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던 중 남성 한 분이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다. "네, 그렇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이는 사람이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요즘 사회 곳곳에 그러지 못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지요." "네." "다른 분들은요. 철학 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교육생이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사주점 보는 시늉을 한다. 아랫배를 움켜잡고 죽어라 웃는 아주머니, 아저씨들로 폭소가 강의실을 뒤흔든다. 철학관이니 사기꾼이니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네. 철학이란…… 인생과 세상사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며 그러하기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자체가 철학이기도 합니다." "아~" "그러기에 우리는 삶이 어렵더라도 열심히 살아가고 노력해서 자신만의 철학자가 되어야겠습니다." "네~" "다음 시간의 주제를 무얼로 하면 좋을까요?" "희망으로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봄이니까, 봄으로 하였으면 합니다." "네. 그러면 다음 주제는 희망과 봄으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첫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사회복지사 송소영 씨에 따르면 강의 첫날 희망의 인문학 수업에 참가한 교육생들은 이곳 동작지역자활센터의 복지시설 도우미사업단, 세탁사업단, 복권 가사ㆍ간병사업단, 봉제 자활공동체, 노인돌보미 바우처사업 등에서 일하는 총 90여 명 중 원하는 분들 21명을 우선적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 21명은 적지만 일정한 급여를 받으며 하루 8시간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 송복지사는 또한 이러한 인문학 수업을 통해서 배움의 길을 놓쳐버린 어르신들이 사회의 일원임을 깨닫고 새롭게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흐뭇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가장 기뻐할 때는 평소 접할 기회가 없는 뮤지컬 관람 등 문화적 혜택을 누릴 때와 희망의 인문학 강의를 모두 듣고 마침내 학사모를 쓰는 순간이라고 했다.
희망의 인문학 수업을 참관하러 가면서 기자는 생각했었다. 정말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문화의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느꼈다. 본인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강의시간 내내 한 자라도 놓칠까 받아적던 교육생들의 뜨거운 열기를. 특히 70~80대 백발이 허연 할머니ㆍ할아버지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 희망의 인문학 과정(동작지역자활센터) ○ 일 시 : 3.29 ~ 9월 말, 매주 월, 수 17:00 ~ 19:00 ○ 장 소 : 동작복지관 3층 강당 ○ 강 의 : 가. 기본강좌 (23주 90시간) - 철학, 문학, 역사, 예술 : 각 5주 20시간 - 글쓰기 2, 5주 10시간 나. 저명인사 초청특강, 문화공연 관람 및 체험, 선택과목 운영 30시간 - 자립지원프로그램(창업/재테크/컨설팅 등)총 6회 1회 2시간, 동국대 경영관 101호 - 선택과목 : 컴퓨터 활용과 실습(기본강좌 종료 후 또는 방학 중 시행) - 문화체험(공연관람) : 통합 2회, 운영반별 자체 1회 다. 교육 참여자 졸업 문집 및 사례집 발간 ○ 교통편 :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4번 출구 700m 도보 ○ 문의 : 02) 822-770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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