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청인이 배워야 할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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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02.02. 00:00
시민기자 장두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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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이 농아인을 모른다.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간혹 농아인들을 무슨 괴물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농아인들이 가진 장애는 말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소리에 대한 장애다. 일반인들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는다. 겉으로 보기에 몸이 멀쩡하고 반듯하여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농아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아인의 고통은 남다르다. 우리가 매일 소리를 듣고 말하는 데 애로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장애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런 농아인과 가족들에게 사랑의 나눔을 9년째 계속해 오고 있는 곳이 있다기에 찾아 갔다. 사랑의 떡국나눔 잔치가 열리는 노원구 공릉동의 한 교회. 지난 1월 30일 오전 11시경이었다. 이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노원구에 거주하는 농아인 가족들이었다. 거기서는 교회 이름의 '아가페'가 갖는 의미처럼 무조건적 사랑이 베풀어지고 있었다. 이 날 하루는 교회의 모든 시설이 200여 명의 농아인 가족들에게 제공되었고, 떡국을 대접하는 데 필요한 수만큼 교인들이 나와 추위를 잊고 땀방울을 흘리면서 봉사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다고 화려하지는 않았다. 현수막 하나 달랑 있을 뿐 조용하고 소박한 사랑은 그렇게 전해지고 있었다. 거기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사람이 있어 말을 걸어보았다. 농아인 가족들을 3층 떡국잔치가 열리는 방으로 안내하면서 밝고 활기찬 표정으로 수화를 하는 황지연(31세) 수화통역 청년인턴이었다. 수화에는 우리가 하는 일상의 대화보다 더 진한 것이 묻어났다. 황씨와 한 농아인 간의 수화 대화는 떡국 나눔 이전에 사람 사이 소통의 소중함이 물씬 묻어났다. “수화통역에 참여한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수화 실력도 많이 향상되고 회원님(농아인)들 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도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처음에는 농아인들을 만나는 것이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수화를 하고부터는 달라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어요.”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강지아(34) 서울농아인협회 노원지부 과장이다. 그는 행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누구보다 분주했다. “농아인들은 국어가 외국어와 마찬가지입니다. 문장력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못 배운 사람으로 취급당하거나 오해받기 쉽죠. 우리 건청인(비농아인)들이 영어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해를 해야 합니다.” 간단하지만 분명하게 농아인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과 오해를 말해 주었다. 그리고 강과장의 수화통역을 통해 이상현 노원지부장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첫 인상도 말끔하고 기품 있는 중년의 이지부장은 드물게도 선천적인 농아로 태어났다. "수화를 배우세요. 수화는 우리 농아인에게 관심을 갖는 가장 좋은 길이며, 수화를 통해 농아인과 대화하다 보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떡국 나눔 잔치에 다녀온 후 궁금하여 농아인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서울에는 수화전문교육원이 전국 최초로 지난해부터 개설돼 운영 중이었다. 이곳은 비록 1년이 채 안 됬지만 공인 수화통역사를 매년 100명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할 만큼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현재 복지선진국가인 핀란드에는 수화통역사가 100명당 1명, 미국과 일본은 150명당 1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도 그들처럼 전문 수화통역사가 많아질 날을 기대해본다. 이날 사랑의 떡국 나눔 잔치는 건청인이나 농아인 할 것 없이 떡국을 나누는 가운데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농아인에게 수화는 소통하는 문화이며, 수화통역사란 농아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수화를 배우는 시민들이 많아져서 농아인의 언어이자 문화를 공유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진정한 선진 사회로 발전해 가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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