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admin
발행일 2009.09.16. 00:00
체력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고난도의 시험 현장 스케치 성동구 사근동 살곶이 운동장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2009 성동구 환경미화원 신규채용 실기시험'이 시행됐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시험 진행요원들에 의해 응시자들의 신분확인과 인원점검 절차가 진행됐다. '안전 유의사항'도 전달됐다. 그리고 드디어 10시. 대한스포츠연맹에서 나오신 시험 감독관들의 주도 하에 가벼운 스트레칭 시간이 이어졌다. 손발을 움직여가며 긴장을 푸는 참가자들의 불꽃이 튀는 듯한 눈빛 속에선 기필코 해내고야 말겠다는 비장함을 엿볼 수 있었다. 시험은 기본체력 측정, 순발력 측정, 쓰레기 상차능력 측정의 세 단계로 나뉘어 치뤄졌다. 달리는 사람들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는 현장이었다. 20m를 달려서 20kg의 모래자루를 메고 되돌아오는 기본체력 측정에선 간혹 넘어지시는 분들도 계셔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더하게 했다. 이마에는 빗물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옷은 흠뻑 젖었지만 수험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10m 지점에 있는 바톤 2개를 1개씩 추발지점에 옮기고 20kg의 마대를 들어 던질 차례. 단 1cm라도 남보다 더 멀리 던지기 위하여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어야 한다. 기합 소리는 운동장에 메아리로 울려퍼지고, 미소와 씁쓸한 안타까움이 교차한 듯 싶었다. 체력시험을 마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응시생 김혁준(37세) 씨와 정찬주(43세) 씨에게 환경미화원에 지원하게 된 동기를 물을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각각 파트타임 일과 자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안정된 생활을 위해 이곳저곳 무수히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그럴 적마다 나이와 학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고 한다. 그나마도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하여 언제 어떻게 지금의 일을 그만 두어야 할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두 사람은 고용이 보장되고 정년도 보장되는 환경미화원으로 입사하여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보기 위해 지원하게 됐다는 멋진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성동구청 청소행정과의 오채환 작업관리 주임에 의하면 이번 환경미화원 채용과 관련하여 성동구청은 지역의 실직 가장들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주민들을 고려했다고 한다. "만 35세에서 50세까지의 구민들을 대상으로 모집했는데 단 3일 간의 접수에도 불구하고 15명 모집에 69명의 인원이 응시했다. 응시자들 중에는 예상한 대로 주로 40대 중후반의 실직 가장들이 많았고 전문대 이상의 고학력자들도 몰려, 취업의 어려움과 실질 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해준 듯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실기시험에 합격한 이들 중 면접시험까지 통과한 최종합격자 15인이 얼마 후면 발표된다.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이들이 성동의 마크인 무지개가 상징하듯 서울에서 성동구가 가장 깨끗한 동네가 되도록 애쓰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는 환경미화원의 대열에 곧 합류한다.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있기에 성동구의 거리가, 아니 나아가서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시민기자/김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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