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식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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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8.14. 00:00
시민기자 나영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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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의 끝자락인 지난 8월 13일. 뜨거운 열기 가득한 구조물 안에서 앞치마, 두건, 손목 보호대에 고무장갑을 두른 다섯 사람이 뻘뻘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관악구 남현동의 새마을 부녀회 간부들 4인방과 유일한 남자이자 일일봉사자로 참여해 한몸에 찬사를 받은, 바로 하이서울뉴스 2기 시민기자인 본인이었다. 관악구에 거주하시는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맛있고 깔끔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는 취재를 겸해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어르신 무료급식은 관악구청에서 재정을 지원하고, 관악노인종합복지관에서 위탁운영을 맡고 있었다. 복지관 소속의 영양사가 열량을 계량하여 주식과 반찬을 시장에서 구매하여 오면, 그 때부터 자원봉사자들의 일이 시작된다. 조리실에서 재료를 씻고 다듬어 맛깔스럽게 음식 장만을 하는 것이다. 조리가 끝나면 11시 30분에 자리에 앉아 기다리시는 어르신들 앞에 음식을 갖다 드린다. 급식 이용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그날의 메뉴는 보기에도 건강식단인 쌀밥, 미소 된장국, 청경채 겉절이, 그리고 배추김치로, 음식 열량은 770칼로리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장민석 사회복지 공익근무자에게 물어 보니 이날은 64분의 어르신이 점심식사를 하셨다고 한다. 천정과 벽에는 선풍기 10대가 무더위를 힘겹게 식히고 있었다. 어르신 급식 지원은 처음엔 65세 이상의 서울 거주 어르신을 대상으로 했는데, 근래에 70세 이상 관악구 거주 어르신으로 축소ㆍ변경되었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을 위하는 것으로 본다면 현실적이고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관악구 21개동 새마을 부녀회에서는 1개동에서 주5일제 근무에 맞춰 5일간씩 순환하면서 일해왔는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료급식 일정에 한번도 어김이 없었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속도가 서구사회의 어느 나라보다 대한민국에서 급격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회복지 학자들의 말이 생각난다. 기자도 체험을 통해서 뒤늦게나마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종종 잊고 살지만, 우리 주변에는 항상 말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인 자원봉사를 지속하시는 분들이 있다. 한 쪽에서는 사회문제라며 걱정과 우려만 보내고 있는 사이에, 다른 한 켠에서는 행동하고 몸으로 움직이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새마을 부녀회 자원봉사 분들의 마음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관악구의 고령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 빙판길이나 삼복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이웃 어르신들이 내 부모처럼 건강하고 즐겁게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염원하시는 그 마음이야말로 고령사회의 맑은 공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 부녀회 남현동 회원들의 이번 일정은 8월 14일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봉사활동을 계속 하겠다는 땀으로 얼룩진 아름다운 얼굴들. 기자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고서 발길을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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