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지하철에서 시달리는 아침이 행복해요
admin
발행일 2009.05.06. 00:00
가족농장 관리직으로 지난 달 22일 취업에 성공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요? 직업을 가진 뒤로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생기 넘치는 하루를 보낸다고 할까요.” 백학래(63)씨는 지난 달 22일 ‘서울그린트러스트’의 가족농장 녹지관리직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는 환갑을 넘긴 그에게 꿈같은 것이었다. 20년간 건설현장에서 목공일을 해 왔지만, 63세라는 나이는 더 이상 현장에서 반기지 않는 나이었다. 더욱이 생활비를 대 주던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당시 그의 취업은 절박한 상황이었다. “당장 결혼을 앞둔 딸에게 생활비를 의지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남들처럼 번듯하게 예쁜 것,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데 아비로서 미안할 뿐이지요.” 그러나 그런 마음과는 달리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 봤지만, 하나같이 채용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딸 아이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를 찾았다. 진지하게 상담에 임했던 그의 모습은 담당 상담사에게도 인상적으로 남았다. “사실 나이가 많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없다보니 일자리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담하면서 백학래 어르신이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성실하고 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상담사는 그에게 전문적인 기술보다 성실함과 책임감, 고령에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일자리가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서울그린트러스트의 가족농장 녹지관리직에 응시해볼 것을 권했다. 면접을 보고 며칠이 지났을까. 그는 서울그린트러스트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 행운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담사는 그에게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의 1천 번째 채용 확정자임을 알려줬다. “채용된 것도 기쁜데, 1천 번째 채용확정자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나한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대문구에서 송파구에 있는 일터까지는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출근길이 가깝지 않지만 그는 만원지하철에 시달려도 일할 수 있다는 자체로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제 힘으로 가족을 돌볼 수 있다는 게 기뻤습니다. 또 오랜만에 아내와 딸들에게 떳떳한 남편, 아버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합니다.” 실업자 95만 명 시대, 누구라도 힘든 때이지만 희망을 가지면 누구라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가족농장으로 향한다. 백학래 씨의 인생 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하이서울뉴스/조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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